[신한사태 1주일]①`진실공방` 개인비리? 권력암투?

by이준기 기자
2010.09.09 11:33:23

`배임 횡령` vs `어불성설`..`권력다툼`이 본질?
정치권 공방 조짐까지..신한금융 최대 위기 직면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신한은행이 전임 행장이자 현 지주사 대표인 신상훈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국내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모범적인 지배구조와 탄탄한 영업력을 갖췄다는 호평을 받아왔던 터라 `신한금융사태`는 충격 그 자체다. 잘나가던 신한금융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고, 기업 가치를 가늠하는 주가는 연일 하락하고 있다. 최고경영진은 사실상 공백상태나 다름없고, 내부 직원은 동요하고 있다. 신한금융이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진실공방은 치열하다 못해 볼썽사나운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왜`라는 물음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치쟁점화의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급기야 라응찬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등 `신한금융 3인방`은 신한의 뿌리인 재일교포 원로주주들 앞에 불려갔다.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청문회 성격의 설명회가 이번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한금융사태 1주일`을 3차례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내부 권력투쟁이 곪아터진 것이다" vs "개인 비리다. 팩트(fact)(전직 행장의 배임 및 횡령 혐의) 확인도 안하고 고소했겠느냐"
 
`신한금융사태`의 촉발 배경에 대해 1인자인 라응찬 회장과 3인자인 이백순 행장이 손잡고 2인자인 신상훈 사장을 내치려는 권력암투의 결과물인지, 단순한 신 사장의 개인 비리인지를 놓고 진실공방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뒤 곧바로 해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으나 임시 이사회 개최 여부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한금융사태의 방향타를 쥔 재일교포 주주 상당수가 검찰조사 결과발표 이전에 신 사장을 해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태로는 어느쪽이 승자가 될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3자 동반 퇴진`이라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어 주목된다.
 

▲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그리고 신상훈 사장.(왼쪽부터)


 
양측의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신한은행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신 사장의 `개인 비리`로 규정하고 있다. 행장 시절 친인척 관계인 금강산랜드 대표 홍충일씨와 이 회사 사주인 국일호씨 등에게 950억원을 부당 대출하는데 압력을 넣었고 이희건 명예회장에게 지급할 고문료 15억원을 빼돌렸다는 혐의가 여러차례 검증 과정을 거쳐 확인됐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고소장에서 "금강산랜드 및 관계사인 투모로는 대출금 이자 상환능력이 없는 신용불량기업이었다"며 "대출이 불가하다는 여신심사부의 의견을 당시 행장이었던 신 사장이 묵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 사장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신 사장은 "행장이 부실 대출을 주도할 만큼 신한은행이 허술한 조직은 아니다"며 "부당한 압력으로 대출을 실행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주장했다. 또 "홍씨와는 교회를 같이다녀며 친분을 쌓았을 뿐 친인척은 아니며, 이 명예회장의 고문료를 횡령한 사실은 없다"고 일축했다.
 
신 사장의 `개인 비리` 혐의는 검찰 조사 결과와 더 나아가 법적공방까지 가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 신 사장이 대출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와 친인척이 연루됐는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진실공방의 표면 보다는 그 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엄청난 파장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현직 경영자 고소`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라 회장과 신 사장간 갈등에 대한 소문이 지난해말부터 심심찮게 흘러나왔던 터라 후계구도를 둘러싼 권력다툼이 `신한사태`의 본질이라는 추측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박연차 사건으로 불거진 라 회장의 비자금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건의 불씨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라 회장을 궁지에 몰아넣은 이 문제가 불거지게 된 배경에 신 사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면서 양자간 갈등이 증폭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라 회장 모르게 진행될 리 없다는 점에서 라 회장이 이 행장의 손을 들어주는 대신 신 사장을 쳐내는 과정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신한금융의 권력 다툼이 물밑에서 치열하다는 것은 소문으로 듣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일을 벌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지분 없는 1인 독주체제를 장기화한 것이 후계 분쟁을 일으킨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또다른 관계자는 "양측은 선로에서 두 대의 열차가 마주 달리는 `치킨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며 "재일교포 주주들과 사외이사들이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내든 3명 모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사태`가 사정기관의 수사를 넘어 정치권 공방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최근 라디오인터뷰에서 "영포 라인이 금융계까지 제재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현 정권이 KB금융에 이어 신한은행까지 손아귀에 넣기 위한 일종의 권력투쟁"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의 배경에 정치권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 직원들은 이번 사태가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되자 과거 KB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신한금융 한 직원은 "지주사 설립 9주년을 맞아 `신한 웨이(Way)`를 선포하며 성공적인 미래를 이끌어 나가자고 강조한 게 엊그제 아니냐"며 "최근 KB사태를 불난 집 쳐다보듯 했었지만 이런 일이 우리 회사에서 벌어질 줄 몰랐다. 당장 조직이 와해 분위기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내외 증권사들은 신한금융의 CEO 리스크를 거론하며 신한금융 주가에 부정적 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대폭 수정해 낮추거나 아예 투자의견 보고서 작성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