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혜미 기자
2009.06.09 14:20:19
중국, 외환보유고 헐어 자원확보..민메탈, 오즈미네랄 인수 성공
일본·인도·카자흐스탄 등도 투자 관심
상품가격 상승·수요 개선으로 계약 파기도 잇따라
[이데일리 김혜미기자] "광산사들의 주가 하락과 자산매각 압력은 광산업에 있어 많은 인수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지난 4월23일 영국계 스위스 기업인 엑스트라타의 믹 데이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연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경기침체로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광산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현금 확보압력을 받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기업 인수에는 적격이라고 설명하면서 인수 대상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원자재 수요를 억눌렀고, 광산사들의 재정난은 지난 1분기까지 계속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매년 원자재 조달에서 해외 광산사들의 횡포에 시달려온 해외 정부·기업들은 전략적인 광산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기업 지분 인수는 최단시간에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간주되는 만큼, 저평가됐을 때 싼값에 매입해 상품가격 급등기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매주 새로운 자원 인수소식이 전해진다`고 할 정도로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자원확보에 적극적이다. 지난 2월 팡 샹푸 중국 외환관리국(SAFE) 부국장은 국내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활성화 하기 위해 2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를 이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같은 계획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해외 자원기업 매입 움직임은 자원부국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특히 호주기업 매입에 큰 열의를 나타내고 있는데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지금까지 중국 기업들이 인수를 제안하거나 인수한 호주 기업들은 모두 97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규모의 3배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 5월 말, 중국 메탈러지컬 코퍼레이션(MCC)은 호주 와라타 코울이 계획하고 있는 51억5000만 달러 규모 퀸즈랜드 유연탄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대신 와라타 코울은 지난해 중국의 유연탄 수입량의 75%에 이르는 3000만톤의 유연탄을 해마다 수출할 방침이다.
중국 2위 철강생산사인 안샨철강은 지난 3월, 호주 광산사 진달비 메탈 지분을 상당량 매입한 데 이어 추가적인 투자기회를 노리고 있다. 올초 포테스큐 메탈 그룹의 2대 주주가 된 허난 발린 철강은 호주 고점결성 유연탄 프로젝트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또 중국 민메탈은 지난달 12억1000만 달러 규모의 오즈 미네랄 인수에 대한 중국 정부 승인을 얻었다.
중국은 에너지 자원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은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지난 2월 러시아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송유관 업체 트란스네프트에 250억 달러를 지원하고, 그 대가로 20년간 3억 배럴의 원유를 공급받기로 한 바 있다. 또 카자흐스탄에도 100억달러를 지원하는 대신 카자흐스탄 국영 석유회사 지분 50%를 확보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페트로차이나가 정유업체 싱가포르 페트롤륨 지분 10억 달러 어치를 매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페트로차이나는 주식시장을 통해 싱가포르 페트롤륨 주식 45.5%를 10억2000만달러에 매입키로 케펠과 합의했다. 케펠은 싱가포르의 테마섹홀딩스가 부분 소유한 기업이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 각국 정부와 기업들도 지금이 자원확보에 적격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일본은 해외 에너지자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노력해왔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해외 에너지 프로젝트 가운데 15%를 확보하고 있었고, 40%까지 늘릴 계획이었지만 유가 급등과 중국의 부상으로 성과는 중국에 비해 다소 뒤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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