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 급증, 질주 증시... ‘반도체 이후’ 고민 안 해도 되나

by논설 위원
2026.05.08 05:00:00

주가가 단기 급등했고 수출은 견고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7000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천장을 뚫은 가운데 지난 1분기 수출은 역대 최대인 2199억달러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5위를 차지했다. 부문별로 심해지는 격차와 양극화 우려 와중에서도 돋보이는 호실적이고 낭보다. 고물가와 투자 위축세까지 상당 부분 가려질 정도다.

하지만 고공 행진하는 국제 유가와 곡물 식량 가격도 오름세인 ‘애그플레이션’ 현상 등에 주목해 보면 마냥 환호할 수만 없다. 질주하는 증시는 자본시장의 과속 ‘머니 무브’가 만들어낸 측면이 있고, 수출이 급증했다지만 반도체 등 대기업 중심의 특정 산업에 의존한 바 큰 게 사실이다. 현실은 고물가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하반기 금리 인상론이 제기되고 과열 양상의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거품론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단기적으로 경제에 숨통이 다소 트이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은 어떻든 고무적이다.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반도체 착시’다. 증시의 급등도, 수출의 급증도 울트라 사이클이라고 할 정도인 반도체의 유례없는 호황 덕이 크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이 한국의 산업과 경제 전체의 체질 개선이나 구조적 업그레이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천문학적 AI 투자에 힘입어 고대역폭메모리(HBM)등 메모리 반도체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 폭증으로 누리는 성과다.더구나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다. 치킨 게임을 방불케 하는 미국 빅테크들의 투자 계획이나 실행이 어긋나는 순간 지금의 AI와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 분위기는 급반전할 수도 있다. K칩의 놀라운 성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K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꾸준히 투자하고 연구한 결실이기도 하지만 ‘AI 붐’ 등 운도 좋았다는 얘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도체 이후’ 내지는 반도체를 보완할 미래 먹거리를 찾고 준비하는 전략이다. 조선 방위산업 원자력발전 전력기기 등 한국형 인프라 산업부터 더 지원해야 한다.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은 K뷰티 K푸드도 한국형 문화 콘텐츠와 결부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성장 엔진을 계속 키워나가야 반도체 같은 제2, 제3의 대박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