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의견 앨리 파이낸셜, 워런 버핏 투자는 실수였나 (영상)
by이정훈 기자
2022.12.02 11:45:56
모건스탠리, 앨리 파이낸셜에 `시장평균`->`비중축소`
목표주가 28달러->19달러…현 주가서 30% 추가 하락
`3분의1`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부실화에 우려감
금리 상승에 NIM 하락…월가 전망보다 EPS 비관 전망
지분 늘리는 버핏, `성장+배당+저평가` 가치주 매력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투자하고 있는 미국 자동차 대출 및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핀테크업체인 앨리 파이낸셜(ALLY)에 대해 월가에서 주식 비중을 줄이라는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내놓았다.
거시경제 위축이라는 악재로 인해 성장 모멘텀이 꺾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인데, 가치주인 앨리 파이낸셜의 매력을 알아 본 버핏은 보다 긴 안목에서 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벳시 그래섹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앨리 파이낸셜에 대한 투자의견을 종전 ‘시장보유평균(Equal Weight)’에서 ‘비중축소(Underweight)’로 하향 조정했다. 사실상 주식을 팔라는 매도 의견이다.
목표주가도 종전 28달러에서 19달러로 낮춰, 현 주가대비 30% 정도 추가 하락 여력이 있다고 예상했다. 올 들어 지금까지 주가가 43%나 추락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인 셈이다.
그래섹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앞으로 높아질 실업률,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든 저축 등으로 인해 가계 소비자들의 신용이 약화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앨리 파이낸셜의 신용 손실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그는 앨리 파이낸셜이 개인들에게 제공한 자동차 대출 중 3분의1 가량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브프라임(subprime) 대출이라고 지적하며 이 부분이 잠재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팬데믹 기간 중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나 공급망 차질로 인해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최근 신차는 물론이고 중고차까지도 할부대출로 구매하는 사례가 늘자, 서브프라임 대출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에 발표된 앨리 파이낸셜의 3분기 실적을 봐도, 자동차 대출 중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이미 손실로 반영한 대출 순상각액(net charge-offs)가 2억17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배 이상으로 급증했고, 2020년보다도 2배 이상이었다.
이에 대해 제프리 브라운 앨리 파이낸셜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 당시 “순상각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오히려 팬데믹 기간 중에 비정상적인 수준이던 것이 이제 정상화하고 있는 수순”이라며 “팬데믹 직전이던 2019년 3분기의 2억5300만달러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3분기 30일 이상 연체율만 봐도 2.9%로 상승하긴 했지만, 4%가 넘었던 팬데믹 이전에 비해서는 훨씬 양호한 편이다.
아울러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해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진 점도 부담으로 꼽았다. 자동차 대출이나 모기지를 내주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예금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하는데, 시장금리 상승 탓에 그런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져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그래섹 애널리스트는 “앨리 파이낸셜이 순이자마진(NIM) 하락 탓에 추가적인 실적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자동차 대출에 따른 수익률보다 예금을 통한 자금 조달 비용이 더 빠르게 높아지면서 NIM이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앨리 파이낸셜의 NIM은 내년 3분기가 되면 3.03%까지 낮아져 바닥을 찍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로 인해 모건스탠리는 앨리 파이낸셜의 내년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2.89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보다 37%나 낮은 수준이다.
재미있는 건, 버핏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버크셔는 올 1분기부터 앨리 파이낸셜 주식에 처음 투자한 뒤 2분기에는 투자 비중을 더 늘렸다는 점이다. 3분기 말 현재 8억3500만달러(지분율 0.28%) 어치를 보유하면서, 버크셔가 투자한 47개사 중 보유액 기준으로는 29위를 유지하고 있다. 앨리 파이낸셜의 성장과 주가 모멘텀이 이렇게 꺾이고 있다면, 버핏 CEO가 이 회사에 투자를 결정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을까.
일단 버핏 CEO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주식을 싸게 사서 오랫동안 보유한다는 투자 원칙으로 보면, 앨리 파이낸셜은 투자 매력이 충분한 종목이다.
앨리 파이낸셜은 무엇보다 회사가 가진 장부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주가가 싼 편이다.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배에 불과해 1배가 훌쩍 넘어가는 웰스파고나 JP모건 등 다른 금융사에 비해 싸다. 또 2개월 추정 이익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4.31배 수준으로, 금융업 평균인 6.59배에 비해 훨씬 낮다. 반면 자기자본수익률(ROE) 면에선 앨리 파이낸셜이 17.96%를 기록하며 10%가 안되는 웰스파고(9.93%)나 14.52%인 JP모건보다도 훨씬 높다.
회사 실적도 성장 중이다. 팬데믹 이후 급증했던 자동차 판매가 줄면서 올 3분기 차 판매가 2019년 3분기에 비해 11%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앨리 파이낸셜의 자동차 대풀은 480억달러로, 3년 전에 비해 32%나 불어났다.
또 개인 예금 계좌 역시 54개 분기 연속으로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260만개를 기록 중이며, 개인 예금 잔액도 29% 늘어난 134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런 성장을 기반으로 배당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앨리 파이낸셜의 배당률은 4.68%에 이르고 있고, 치근 5년 간 총 배당금 지급액은 150%나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