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줄이되 150조 자영업 기금 검토…"재원 어디서" 정부 난색

by최훈길 기자
2022.04.24 17:36:52

안철수, 27일 자영업 손실보상안 확정
현금지원 축소하되 安 공약 기금 논의
“곳간 빠듯”, “운용 어려워” 정부 난색
전문가 “선심성 대선 공약 수정해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27일 확정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곳당 600만원 씩 30조원대 추가경정예산(추경) 지원으로 대선 공약을 수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신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공약인 150조원 규모의 자영업 기금 신설이 검토된다. 그러나 물가 상승이나 나랏빚 증가를 우려해 선심성 공약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인수위에 따르면 안 위원장은 27일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민생경제분과 회의를 열고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현금·금융·세제지원 등 패키지 지원방안을 확정한다. 홍경희 부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안 위원장이 27일 회의 이후 금주 중에 손실보상액이 몇조원 규모인지 관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관심사는 재정을 통한 현금 지원안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즉시 기존 (1곳당 방역지원금 300만원) 정부안과는 별개로 600만원을 추가해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언급한 재정자금 규모는 50조원이다.

인수위는 공약 수정안을 검토 중이다. 막대한 재정을 동시에 풀 경우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추경을 33조~35조원 규모로 하고 한 곳당 6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20조원은 기존 예산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15조원은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추경 규모를 줄이되 인수위는 자영업 기금 신설을 논의 중이다. 이는 안철수 위원장이 공약한 150조원 규모의 특별회계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당시 안 위원장은 들쑥날쑥한 추경 편성을 불확실한 논의를 할 게 아니라, 150조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자영업·방역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홍 부대변인은 “(코로나비상대응특위는) 기금 신설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과제이기 때문에 추후 재정당국(기획재정부)과의 협의와 조정작업을 통해 구체화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안 위원의 대선 공약인) 코로나 특별회계를 포함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추경 편성할 돈도 빠듯한데 150조원 기금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이미 나랏곳간에 여윳돈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초과 세수로 발생한 일반회계 세계잉여금(18조원) 중 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는 돈은 3조4000억원에 그쳤다.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반발이 있어 지출 구조조정도 한계가 있다.

나랏곳간 상황이 이런데 재정 지출을 늘릴수록 나랏빚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당시 660조2000억원 규모의 국가채무는 현재 1000조원을 넘어섰다. 기재부 추산에 따르면 현 속도대로 가면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채무가 1500조원을 넘어선다.

150조원 규모의 자영업 기금을 만들더라도 이를 어떻게 운용할지도 난제다. 150조원은 지난해 국세(334조5000억원)의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대규모 기금이다. 만약 기금을 마련하게 되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처럼 운용 기구 논의가 불가피하다.

논의 과정에서 150조원 기금 운용을 놓고 국민연금처럼 기금운용 수익률 논란,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자영업 기금 설립 명분이 있더라도 넘어야 할 난제가 산적한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재정 부담을 늘리는 것보다 금융·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이 같은 차원에서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을 통해 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1금융권 저금리 대출로 이전해 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은행권 대환 및 금리 이차보전 지원안 △오는 9월까지 6개월 연장한 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만기 추가 연장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개인지방소득세와 법인지방소득세 납부기간 연장 등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우선 고려해 선심성 대선 공약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 압박을 감안해 50조원 현금 지원 규모를 줄이고 금융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당장 150조원 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만들더라도 기금 운용에 비효율이 발생하기 때문에 원점에서 공약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