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후 입 연 아이티 영부인 "말할 기회도 안 주고 총격 퍼부어"

by김보겸 기자
2021.07.11 16:03:05

암살 사흘만에 영부인 육성 공개
"남편, 정치적 이유로 표적 됐다"
사택 침입경로, 암살동기 불분명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왼쪽)과 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암살 당시 함께 피격된 영부인이 처음으로 입을 뗐다. 지난 7일 사건 발생 사흘 만이다.

마르틴 모이즈 여사는 10일(현지시간) 대통령 부인 공식 트위터에 아이티 크레올어로 된 음성 메시지를 올리고 “눈 깜짝할 사이 괴한들이 우리 집에 들어와 총알을 퍼부었다”며 “공격은 매우 빠르게 일어났으며 남편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모이즈 대통령은 당시 사저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격 12발을 맞고 사망했다. 옆에서 총상을 입은 모이즈 여사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남편은 정치적 이유로 표적이 됐다”며 “대통령이 누구와 싸웠는지 여러분은 알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모이즈 여사는 “이 나라가 길을 잃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했던 남편 모이즈 대통령이 흘린 피를 헛되이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모이즈 대통령 암살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어떻게 괴한들이 대통령 사택에 침입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점이 풀리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대통령 경호원들은 다음 주 조사받을 예정이다.

아이티 대통령 암살 용의자들이 체포된 모습(사진=AFP)
아이티 당국에 따르면 암살에 가담한 괴한은 모두 28명이다. 콜롬비아인 26명과 아이티계 미국인 2명으로 구성된 훈련된 외국인 용병들이 암살을 수행했다. 이중 암살 당일 사저 밖에서 “미 마약단속국(DEA) 작전 중”이라며 정체를 숨긴 인물은 미국민 제임스 솔라주(35)로 확인됐다.

모이즈 대통령 암살로 아이티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당장 대통령 유고 시 임시 총리직을 놓고도 서로 다른 두 인물이 자신이 총리라며 주장하는 상황이다. 암살 하루 전 모이즈 대통령은 전직 장관이자 신경외과 의사인 아리엘 앙리를 총리로 지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클로드 조제프 임시 총리가 자신이 책임자라 주장하면서 정치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