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대출 규제에…현대건설 '디 에이치' 출발부터 삐걱

by김성훈 기자
2016.06.29 10:26:42

중도금 대출 기준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 제한에
3.3㎡당 3500만원↑ 단지에 붙는 '디 에이치' 활용가치↓
평균 분양가 3.3㎡당 4400만원까지 내렸지만
전 가구 분양가 9억 웃돌아 일반분양서 고전 예상

△ 현대건설이 강남 재건축 시장 공략을 위해 선보인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디 에이치’(THE H)가 첫 분양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국토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분양가격 9억원 이하 주택’으로 못박으면서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가치가 사라질 처지에 놓여서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3단지 재건축해 분양할 ‘디 에이치 아너힐즈’ 조감도 [자료=현대건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현대건설이 서울 강남 재건축시장 공략을 위해 야심차게 선보인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디 에이치’(THE H)가 첫 분양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정부가 과열된 분양시장을 잡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분양가격 9억원 이하 주택’으로 제한하면서 고가 아파트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디 에이치 첫 단지로 최고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까지 거론됐던 ‘디 에이치(THE H) 아너힐즈’(서울 개포동 주공3단지 재건축 단지)는 최근 분양가를 4400만원대까지 내렸지만 일반분양 전 가구가 여전히 중도금 대출 기준인 9억원을 웃돌아 내달 8일 이뤄질 일반분양에서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분양가가 3.3㎡당 3500만원을 넘는 아파트에만 적용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디 에이치’를 론칭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자 새 브랜드로 강남 재건축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지난해 뒤늦게 참여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호가든맨션 3차 아파트(전용 114~195㎡ 424가구)와 총 1680가구 규모의 강남구 개포 8단지 공무원아파트 수주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디 에이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첫 분양을 앞두고 순항하던 디 에이치는 국토부가 지난 2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주택·토지분야)이 나오면서 급반전됐다. 국토부는 9억원이 넘는 고분양가 아파트를 HUG의 중도금 대출보증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서울 강남에서 분양하는 재건축 아파트 대부분이 9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신규 아파트 계약자들이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24일 열린 대의원 총회에서 재건축시장 과열 우려에 일반분양 최고가를 3.3㎡당 5000만원을 넘기지 않기로 의결했다. 테라스 하우스 등 고가 일반분양분의 가격 인하로 평균 분양가를 3.3㎡당 4400만원 초반까지 내렸지만 고가 빌라나 주상복합아파트를 제외한 일반아파트로는 국내에서 최고가다.



상황이 이렇자 차후 강남지역에 분양할 아파트에 ‘디 에이치’ 브랜드를 쓰기도 애매해졌다. 예컨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분양가 9억원을 기준으로 아파트를 일반분양하면 전용 59㎡형은 3.3㎡당 3750만원, 전용 84㎡는 3.3㎡당 2727만원(발코니·유상옵션 제외)을 넘을 수 없다. 전용 109㎡형으로 환산하면 평균 분양가가 2142만원까지 떨어진다. 평균 분양가 3500만원을 넘는 아파트에 붙이겠다고 선언한 디 에이치 브랜드를 이어가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투자 수요가 강남 재건축 분양시장에 대거 뛰어들면서 청약률이 높고 시장 분위기도 좋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건설사가 직접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을 설 수 있는 만큼 중도금 대출에 큰 제약이 없는데다 고품질 아파트의 수요도 적지 않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건설사가 연대보증을 서면 중도금 대출 금리가 최대 1%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며 “투기성 청약의 거품이 빠지고 실수요자들도 신중히 청약에 나서게 된다면 고분양가 아파트는 일반분양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