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후판값 `동결`…철강·조선, 입장차 못 좁혀

by박정일 기자
2012.06.21 12:17:43

가격인하 요구에 "못 내린다" 맞서…"힘든데 양보해야" 신경전도

[이데일리 박정일 기자]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간 2분기 후판가격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동결로 마무리됐다. 양 업계는 서로 `불황`을 명분으로 양보를 요구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 등 후판 제조업체와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주요 조선업체들은 2분기 철강가격을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2분기 후판 가격은 회사별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전 분기와 같은 사실상 동결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단 이후라도 재협상이 진행되면 2분기 거래물량이 소급적용 될 가능성도 있지만 사실상 희박하다.

이번 협상에서 조선업계는 톤당 평균 5만원 인하를 요구했으나 포스코 등은 가격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못 박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후판 가격은 이미 많이 내린 만큼 더는 내릴 수 없다는 뜻을 협상 상대방(조선사)에게 통보했다"라며 "동결하기로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철강 업계에서는 작년 2분기 톤당 102만원 수준이었던 후판 가격을 올해 1분기 81만원까지 내렸으며, 이 때문에 최악의 경영 실적을 기록한 만큼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조선업계에서는 아직 가격하락 요인이 충분히 있다고 맞섰다.

한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2009년 이후 저가 수주한 물량 부담 때문에 이익을 남기기 힘들다"라며 "그럼에도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수입가보다 한 번도 가격을 낮게 준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재료인 철광석의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만큼 철강업계가 최대 고객인 조선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가격을 낮춰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 철강사들의 저가 후판의 국내 유입과 올 초부터 이뤄진 일본 신일본제철, 동경제철 등의 가격 인하 등 외부 요인으로 말미암아 가격 인하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선업계도 주요 거래처인 유럽 선박시장의 침체로 최근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국내 업체들끼리 저가 수주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