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손동영 기자
2001.01.12 18:26:31
달러/원 환율이 일본 엔화가치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있다. 달러/엔 환율의 변화에 따라 역외세력이 태도를 결정하는 현상이 심해지고있기 때문이다. 달러/엔 환율이 118엔대로 치솟은 12일 외환시장에서 역외세력은 예외없이 달러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결국 달러/원 환율은 98년11월1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외세력 움직임
지난 11일 최소 3억달러이상을 사들이며 환율급등세를 주도했던 역외세력은 12일에도 전반적인 달러매수 우위를 보였다. 특히 오후들어 달러/엔 환율이 118엔대로 올라서자 달러사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역외세력의 달러매수세에는 국내 주식투자에 따른 환리스크 헤지차원의 수요와 역외선물환시장에서 거래정산을 위한 달러수요, 달러/엔 환율의 상승과 그에 따른 달러/원 환율의 동반상승을 기대한 투기적 원화공격이 모두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역외세력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 달러/엔 환율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있다”며 “달러당 120엔과 1300원을 같은 수준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다양한 달러공급요인들에도 불구, 달러/엔 환율이 오르고 역외세력이 달러매수를 지속한다면 환율이 쉽게 하락쪽으로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변동요인
우선 현대전자의 수출환어음(D/A) 네고자금 6억달러가 다음주중 외환시장에 공급된다. 외환당국이 가장 믿는 구석이다. 외국인 주식매수대금은 12일 3082억원에 달했다. 다음주초 외환시장에 나올 자금이 2억달러 이상인 셈이고 이 같은 추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 SK 등의 대규모 외자유치가 어떤 방식으로 가닥을 잡을 지도 관심이다. 외자유치 성사소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환율상승세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소재다.
반면 역외세력의 지속적인 달러매수는 외환시장의 물량을 흡수해가는 역할을 하고있다. 전자업체등의 네고물량이 적지않게 시장에 나오고있지만 역외세력의 달러매수세는 이를 모두 빨아들이고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형편이다.
◇외환당국의 의지
당국은 이날 개장과 폐장 즈음에 각 한차례 구두개입에 나섰다.
재경부 관계자는 오전 개장즈음에 "일부 통화동향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외환시장이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고 구두개입을 단행했다. "최근 일부 역외달러 매수세는 미국시장 휴일에 따른 Fixing 관련 매수세 집중및 일부 헤지수요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및 업체 D/A 물량, 설 네고자금 출회등을 감안할 때 수급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있다"는 발언이 더해졌다.
오후장 막판 당국은 다시 "지난 연말이후 최근의 원화환율은 주요국 통화에 비해 과도한 면이 있다"고 구두개입에 나섰다.
오전 구두개입은 엔화 움직임에 연동된 역외세력의 달러매수에도 불구, 설연휴을 앞두고 달러공급이 많이 모자라지는 않을 것이란 현실인식을 강조하고있다. 오후 구두개입에서는 주변국 통화의 움직임을 근거로 환율상승이 과도하다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인식만으로 환율상승세가 꺾이길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실제 물량공급을 통해 역외세력의 투기적 공격을 무력화시키기 전까지는 당국의 구두개입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