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머스크 X 정조준…'SNS 규제법' 첫 조사 착수

by방성훈 기자
2023.12.19 10:51:13

이·팔 전쟁 가짜뉴스·불법 콘텐츠 범람하자 칼 빼들어
DSA 시행후 첫 조사 주목…"적극 대응 촉구 2개월 만"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연합(EU)이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혐의로 일론 머스크의 X(엑스·옛 트위터)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X를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관련 가짜뉴스가 유통·확산하고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DSA 위반 혐의로 처음 진행되는 조사여서 주목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여러 건의 DSA 위반 혐의로 X에 대한 조사를 공식 개시했다고 밝혔다. DSA는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에서 가짜뉴스와 불법 콘텐츠의 유통을 막고 공공 보안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8월부터 시행됐다. 위반시 글로벌 연간 매출의 최대 6%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게 된다.

EU 집행위는 X의 개별 콘텐츠가 아닌 불법 콘텐츠 신고 방식과 처리 속도 등 전반적인 콘텐츠 처리 방식을 심층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EU 집행위는 성명에서 “이번 조사는 역내 불법 콘텐츠 유포에 대응하고 ‘커뮤니티 노트’를 포함한 정보 조작에 맞서기 위해 취해진 조치와 관련해 효율성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며 “연구자들에게 제공하는 데이터 접근을 포함해 회사 사업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노트는 X 개별 사용자들이 오해 소지가 있는 게시물의 진위 여부를 댓글 등을 통해 표시하는 기능이다.



이번 조사는 DSA 위반 혐의에 대한 첫 조사인 데다, EU가 지난 10월 X를 상대로 DSA 준수를 촉구한 지 두 달여 만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당시 티에리 브르타뉴 EU 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머스크에게 서한을 보내 “X가 불법 콘텐츠 및 허위 정보 유포에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며 24시간 이내 대응을 요청했다.

이후 X는 문제가 되는 계정을 차단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보다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아울러 EU와 X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온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이후에도 가짜뉴스 및 불법 콘텐츠 확산이 반복되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기 위해 EU가 칼을 빼들었다는 것이다.

EU의 한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에 “오늘 우리가 취한 조치는 X에 유죄를 선고하거나 X가 실제로 DSA를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단지 우리가 이러한 영역을 자세히 조사할 중요한 근거가 있다는 것을 명시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본보기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X는 조사 개시 소식이 전해진 뒤 성명을 내고 “DSA를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규제 절차에도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절차는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고 법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X의 올해 광고 수익을 25억달러(약 3조 3000억원)로 추정했을 최대 1억 5000만달러(약 20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