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유동성 '노답' 땐 그나마 나은 美 주식이 '정답'

by고준혁 기자
2021.11.28 23:13:44

[돈이 보이는 창]
10대 증권사 내년 유망지역 설문 결과
9곳이 한국 ''비추''…선진국 꼽아
S&P500 내년 ESP 변동률 +8.0%…코스피 -1.5%
미국서도 안전한 실적 개선 업종, 운송 등 추천
아세안 및 성장주 등 소수의견도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대안 부재”

경기와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둔화하고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전환되는 내년,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피난처는 선진국과 미국, 미국 중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업종이다. 실물 경제도 유동성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나은 것’은 제값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소수지만, 코로나19로 가장 크게 소외됐던 동남아시아에 알파(초과 수익)가 있을 수 있단 의견도 나왔다.

28일 이데일리가 증권 10곳에 ‘내년 국내 증시와 해외 증시 중 더 수익률 내기 유리한 곳’을 물은 결과 9곳이 해외(복수 응답 포함)를 꼽았다. 특히 선진국 시장을 추천하는 곳이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이익 모멘텀이 꺾여도 실적 개선세가 가장 낫기 때문이다. 삼성증권과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전세계(AC Wolrd) 지수의 주당순이익(EPS) 전년 대비 변동률은 올해 +51.7%, 내년 +7.0%다. 반면 코스피의 EPS 변동률은 올해가 +127.5%, 내년은 -1.5%이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는 각각 +49.6%, +8.0%다. 전반적으로 내년 이익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은 더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인플레이션과 무관한 업종 비중이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삼성증권은 “국내보다 해외, 특히 미국의 상대 수익률 우위를 예상한다”며 “미국 주식의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해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논쟁이 더 심화될 수 있으나, 경기와 인플레이션에 상대적으로 탄력이 중립적인 IT, 헬스케어,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높아 우위 유지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증시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단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현재의 긴축 기조를 바꾸는 게 전제 조건이다. KB증권은 해외 주식이 더 유망하다고 보면서도 “다만 원화 강세로 전환하는 시기, 한국증시가 더 유리하게 변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원화 강세를 이끌 변수는 중국의 정책 전환과 경기사이클 반등이다”라고 전했다. 유일하게 신(新)경제국 주식을 주목한 메리츠증권은 “신경제 전환국면에 접어든 국가들의 증시가 유리하다고 본다”며 “한국도 작년 들어 신경제로의 전환 가속화 단계에 돌입했다”라고 말했다.

국가별로 어느 곳이 가장 유리하겠냐는 질문에 증권사 10곳 중 6곳(복수 응답 포함)이 미국이라고 답했다. 선진국 중 ‘제일’을 미국으로 보는 셈이다. 연준이 긴축 전환하는 시기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안이 없다는 분석도 있었다. 삼성증권은 “금리 상승기 성장주 비중이 높은 미국이 불리한 점도 있지만, 대안이 없다”며 “신흥국 시장은 공급 병목 현상과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복원 속도가 느린데, 이들 지역의 산업인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야 상황 반전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선진국이지만 미국보다 유럽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보는 곳도 있었다. NH투자증권은 “중장기 성장 모멘텀 구축 여력 및 경기 회복 속도를 감안할 때 선진국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낫다”며 “리오프닝에 따른 남유럽 경기 모멘텀이 확대될 수 있단 점에서 주가 수익률은 미국보다 유럽 주식시장이 양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몇몇 증권사는 동남아시아의 수익률이 높을 수 있다고 보았다. 지난 25일 MSCI 지수 기준 인도네시아는 지난 세 달간 13.6% 상승해 전 지역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KB증권은 “백신 부족, 봉쇄 강화로 코로나19로부터 가장 늦게 회복 중인 동남아시아가 유망할 수 있다”며 “정상화되면서 그간 저평가 요인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최근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안정적인 물가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유입 중”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은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등 영향으로 공급망 전환기를 거치고 있는 미국의 밸류체인에 새롭게 편입될 아세안이 주목된다”며 “미국의 국가별 수입 비중 변화의 요점은 탈중국 속 아세안 비중 확대로, 시장 변곡점으로 인식되는 공급망 전환기 해당 지역 관심은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사들은 미국 증시에서도 가장 유망한 업종을 꼽을때 ‘안전’에 방점을 찍었다. 이 역시 앞서 내년 경기 둔화와 긴축 전환 속에서 버틸 수 있는 선진국과 미국을 꼽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대형 플랫폼 기업과 금리 상승기와 동행하는 금융, 고배당주 및 리츠 등이 추천됐다. 하나금융투자는 “연준의 유동성 증가율이 정체됐을 해를 보면 EPS 증가율이 높은 곳이 주가수익률이 좋았다”며 “S&P500 기준 내년 EPS 증가율이 높은 업종은 운송, 에너지, 자동차부품, 자본재, 소프트웨어, 내구소비재/의류, 미디어, 상업전문 서비스 등”이라고 말했다.

성장이 희귀해지는 국면에서 성장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성장 모멘텀과 기업 이익 둔화 국면에서도 희소하지만 성장은 있다”며 “장기 성장에 대한 확신이 있는 4차산업(AI, 메타버스), 반도체(장비, 프로세서), 그린에너지(ESS, 수소), 중국 성장주의 비중 확대 전략을 이어가야 한다”라고 추천했다. 순환경제 테마도 주목을 받았다. 메리츠증권은 “미국의 폐기물 점유율이 전 세계에서 12%에 해당하는데 인구는 4%로 폐기물이 굉장히 많은 수준”이라며 “각국 환경규제가 신설되며 폐기물 수출을 통한 해결도 어려워질 상황으로 인프라 투자안과 맞물려 외형 성장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