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나원식 기자
2013.09.04 12:00:00
오픈마켓 거래정보 제출받도록 카드사 지도
[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 이성로(40·가명) 씨는 최근 자금사정이 어려워 곤란을 겪고 있던 차에 대기업 계열 캐피탈 회사에서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이 씨가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으면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언뜻 의심이 들었지만, 대기업 계열 회사라고 하니 문제될 게 없겠다고 판단해 신용카드 정보와 개인정보를 알려주고 말았다. 이후 해당 캐피탈 직원한테 전화가 와 곧 한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900만원의 신용카드 거래 승인이 날 것이니 카드사에서 사용여부를 확인하면 실제 물건을 샀다고 답변하라고 해 시키는 대로 했다. 하지만 카드 사용 후 캐피탈사는 연락두절됐고, 이 씨가 할부원리금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게 됐다. 대기업 계열이라던 캐피탈사도 알고보니 불법 대부업체였다.
4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온라인 오픈마켓에서의 불법 카드깡 사례가 잇따르는데다가 이로 인한 피해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국세청과 함께 온라인 불법 카드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오픈마켓이란 소비자와 판매자가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직접 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일종의 온라인장터로 G마켓과 옥션, 11번가 등이 대표적 사업자다.
오픈마켓 등을 통한 전자상거래의 경우 실판매자의 거래정보가 실시간으로 파악되지 않아 이를 악용하는 카드깡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온라인에서의 카드깡은 적발된 것만 올해 24건, 금액으로는 1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1년간 286억원의 불법 카드깡이 적발됐다. 특히 최근 오픈마켓에서의 신용카드 거래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어 관련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오픈마켓 실거래자 정보 파악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카드사가 오픈마켓 사업자와 가맹점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실제 판매자 거래정보를 제출받을 수 있게 카드사에 지도하고, 카드사가 수집된 실시간 거래정보를 불법 카드거래 감시 활동에 활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 정보를 탈세 방지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국세청에도 제공하게 한다. 금감원은 국세청, 카드사와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해 올 4분기 중 이 같은 방안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김호종 금감원 상호여전감독국 팀장은 “오픈마켓에서의 카드깡업자와 위장가맹점의 세금 탈루를 적발해 지하경제 양성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며 “또 불법 카드거래를 사전 차단해 카드사의 부실채권 발생 및 소비자피해를 방지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