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총장 된 시골소년, 반세기만에 친구들과 해후
by이정훈 기자
2012.08.28 13:32:38
반기문 총장, VISTA 친구들과 50년만에 한자리에
"그대들을 통해 세계를 배웠다"..지속적 교류 약속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50년전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온 가난하고도 소심했던 고등학생은 여러분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고, 여러분들을 통해 세계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 인생을 완전히 바뀌어 놓았습니다.”
지난 1962년 8월 미국 적십사의 외국학생 방문프로그램(VISTA)을 통해 미국을 처음 찾았던 42개국 젊은이들이 반세기만에 27일(현지시간)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모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저녁식사를 주최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이날 감격과 감개무량함이 듬뿍 묻어나는 인사를 건넸다.
이날 저녁 7시30분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바로 앞에 있는 주유엔한국대표부 건물에서 열린 만찬에는 60명에 가까운 반 총장의 옛 친구들이 테이블을 채웠다. 이미 전날 워싱턴D.C의 미국 적십자사의 첫 만남에서 서로 이름을 부르고 악수와 포옹을 나눈 덕에 분위기는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반 총장은 “그 시절 세계 각국에서 온 우리들이 만나 서로 이해를 넓히고 대화를 나눈 것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힘줘 말한 뒤 “이번이 50주년 모임인데 100주년 모임도 꼭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 친구들과 헤드테이블에 앉은 반기문 총장(가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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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앞으로도 여러분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할 것”이라며 “유엔 총장으로 전세계 곳곳을 다디면서 어디를 가든지 여러분들에게 전화할 것이지만 여러분도 저에게 격의없이 먼저 연락해주길 바란다”며 끈끈한 우애를 과시했다.
앞서 워싱턴 미 적십자사에서 연단에 섰던 반 총장은 “지금 내 심정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동안 4000번 이상 연설했지만 오늘이 가장 감동적인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 총장은 “백악관에서 만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냉전시대에는 화해가 어렵지만 당신들이야말로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감명받았다”며 “열여덟 고등학생이 세계까지는 아니어도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겠다, 외교관이 돼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며 당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모임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이 행사 취지에 흔쾌히 동의해 미 국무부와 적십자사 등의 주선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