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라인 구하기` 실패하면…결국 FRB 개입?

by정영효 기자
2008.01.29 13:57:53

FRB "채권보증사는 株정부 소관..개입여지 없다"
`모노라인` 양상 복잡해 FRB `몸사린다` 분석도
"결국 FRB 나설 것 …이미 개입" 시각도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미국 주정부와 월가 투자은행들이 채권 보증업체, 일명 `모노라인`의 신용등급 강등을 막기 위한 구출작전을 개시했다.

주정부 당국과 월가 투자은행들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등급을 평가하는 국제 신용평가사측의 반응은 냉랭하다. (관련기사 ☞ 美 `모노라인 구출작전` 개시…참가자와 비용은)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도 사태를 지켜만 볼 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S&P의 딕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는 구제금융 가능성을 등급산정에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월가의 `모노라인 구하기`에 대해 `보수적인(conservative)`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신용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이 구제 금융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가할 지, 참가한다면 구제 금융의 규모를 어느 정도로 잡아야할 지 등도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구제금융 대신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첫번째 방안은 채권 보증사의 위험자산을 재보험사에 맡기는 것이다. 최근 2위 `모노라인`인 암박이 29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재보험사인 어슈어드 개런티에 위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재보험사에 위험을 떠넘기는 방안 또한 재보험사들이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이는 한 확실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윌리엄 블레어 앤 컴퍼니의 마크 레인 애널리스트는 CNN머니와의 인터뷰를 통해 "손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추산할 수조차 없는 위험을 떠안으려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노라인`의 운명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MBIA과 암박 등 대형 채권 보증업체들이 최고 등급을 상실할 경우 채권 보증 부문을 매각해 업계를 떠나고, 빈 자리는 다른 경쟁사들이 메우면 된다는 식이다 .

`모노라인`의 빈자리를 채울 강력한 경쟁자는 이미 나타났다. `투자의 황제`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근 채권 보증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뉴욕주에서 업무를 개시했다. (관련기사 ☞ `투자귀재` 버핏, 채권보증업 시작한 진짜 이유)



이처럼 `모노라인`발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나서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98년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파산 위기 당시 FRB가 긴급 구제를 주도해 사태 확산을 막은 전례를 떠올리는 것이다.

당시 윌리엄 맥도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월가 대형 은행장들을 소집한 후 거의 `강권하다시피해서` 구제금융을 마련했고, 이는 금융위기에 대처한 FRB의 성공 사례로 남아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준 총재는 일체 입을 닫고 있다. 뉴욕 주정부가 `모노라인 구하기`에 적극적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FRB는 공식적으로는 채권 보증업체들의 위기에 간여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 보증사들의 감독은 FRB가 아니라 주정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위스콘신 보험 감독당국이 이번 뉴욕주와 월가 은행들이 대책 회의에 참석했다는 점도 FRB의 개입 여지를 줄이고 있다. 위스콘신 보험당국은 최근 피치로부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당해 문제가 되고 있는 암박의 감독 책임을 맡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FRB가 성급하게 시장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낭패를 볼까 우려해 몸을 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FRB 출신의 한 인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LTCM 사태의 영향으로 인해 모든 시선이 FRB에 쏠려있다"면서도 "그러나 FRB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모노라인` 위기가 LTCM 사태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 때문에 FRB가 선뜻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TCM 사태가 단일 헤지펀드의 위기라는 점에서 구제 대상이 하나로 좁혀진 데 반해 `모노라인` 위기는 다수의 채권 보증사를 동시에 구조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월가 은행들마다 `모노라인`에 위기에 노출돼 있는 정도가 제각각이어서 은행들이 구제 금융에 참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천차만별인 점도 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FRB가 계속해서 `모노라인` 위기를 멀찌감치 물러서서 지켜볼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이미 뉴욕주와 월가 은행들의 회동 단계에서부터 FRB가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모노라인` 위기에 대한 진단과 타개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지만 모든 시장 참가자들이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신평사들이 채권 보증사들의 등급을 하향하기 이전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FRB의 한 인사가 "(모노라인 대책은) 시간 싸움"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