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EU서 역대 최대 1.7조원 과징금 폭탄

by장영은 기자
2023.05.23 10:15:35

아일랜드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12억유로 과징금
메타 "부당한 과징금 부과에 항소 및 집행정지 신청"
미-EU, 새 데이터 전송 협정 논의…"올여름 시행 예상"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이 유럽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역대 최대인 1조7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아울러 유럽 사용자의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명령도 받았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메타 유럽 본부. (사진= AFP)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는 22일(현지시간) 메타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12억유로(약 1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전했다. 아일랜드는 메타의 유럽 본부 소재지다.

이번 과징금 액수는 유럽연합(EU) 내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부과된 것 중 가장 많다. 이전 최고액은 2021년 룩셈부르크가 아마존에 물린 7억4600만유로(약 1조600억원)였다.

안드레아 옐리네크 EU 정보보호이사회 의장은 “페이스북(메타)은 유럽에 수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어 전송되는 개인 데이터 양이 방대하다”며 “전례 없는 과징금은 심각한 개인정보보호 위반이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DPC는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2020년 미국과 EU 간 전송 합의를 무효로 했는데도 메타가 유럽 사용자의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해왔다고 설명했다. EU 규제 당국은 메타가 수년 동안 유럽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를 미국의 서버에 불법적으로 저장했으며, 미국 정보기관이 이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DPC는 또 메타에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이용자들의 관련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하는 것을 중단하고, 관련 데이터를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메타는 성명을 내고 판결에 항소할 것이며 법원을 통해 집행정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이 판결은 결함이 있고 정당하지 않으며, EU와 미국 간 데이터를 전송하는 수많은 다른 회사에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타는 미 증권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개인정보 전송 중단 명령이 내려지면 2억 5500만명 이상의 사용자가 있는 EU에서 서비스 제공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과 EU 간에는 개인정보 전송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다. ECJ는 2015년 미국 기업이 프라이버시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며 미국과 EU 간 개인정보 전송을 가능하도록 규정한 ‘세이브 하버’ 협정을 무효화 했다. 이후 2016년 정보보호조치를 전제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프라이버시 실드’를 체결했으나, ECJ는 2020년 7월 미국 정부의 개인정보 감시 우려가 있다며 이를 다시 무효라고 판단했다. 미국과 EU는 지난해 국경을 초월한 데이터 전송을 위한 새로운 틀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이 협정은 아직 발효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집행위)는 미국과 EU가 데이터 보호를 위한 틀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올여름까지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것은 기업들이 추구하는 안정성과 법적 확실성을 보장할 것이며, 시민들의 사생활을 엄격하게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측은 DPC가 제시한 미국으로의 데이터 전송 중단 및 삭제 시한인 6개월 이내에 미국과 EU가 데이터 전송을 위한 새로운 협정을 완료한다면 해당 명령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