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앞둔 신형 G80…프리미엄 왕좌 겨냥

by남현수 기자
2020.03.24 09:51:28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제네시스는 올해만 3대의 신차를 출시한다. 브랜드 최초의 SUV GV80을 시작으로 제네시스의 시작을 알린 3세대 G80, 엔트리 모델을 담당하는 G70 부분변경, GV80보다 한 체급 아래의 SUV GV70까지 선보이며 적극적인 라인업 보강에 나선다. 제품 강화에 적극적인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시장의 독보적 1위, ‘메르세데스-벤츠’를 넘어설 수 있을까?

흔히 명품을 구매할 땐 제품의 디자인만 보지 않는다. 브랜드의 가치, 스토리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단순한 이동수단 이상의 가치가 필요하다. 스토리가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 중 제네시스만이 유일하게 ‘프리미엄’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명실상부 내수 1위 업체지만 제네시스의 존재감은 미비하다. 국내 프리미엄 시장은 독일산 수입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가 꽉 쥐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해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만 국내에 7만8133대를 판매했다. 국산 완성차 업체인 한국GM의 판매량(7만6471대)을 넘어선 기록이다. 같은 기간 국산 프리미엄 제네시스는 5만6801대를 판매했다.

올해 초 GV80을 라인업에 추가해 제네시스 로고를 달고 판매되는 차종은 총 4종이다. 소형부터 대형까지의 세단, 해치백, SUV, 스포츠카 등을 판매하는 메르세데스-벤츠에 비하면 판매 모델부터 턱없이 부족하다. 많은 업계 전문가가 “제네시스 브랜드 안착을 위해선 라인업 보강이 필수적이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제네시스는 GV80 출시를 시작으로 라인업 보강에 나선다. 제각각인 디자인과 실내 구성, 비싼 현대차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두 줄 램프, 오각형 그릴 등 제네시스만의 패밀리룩을 입는다. 올해 계획된 신차 발표가 마무리되면 제네시스 모델은 총 5개로 늘어난다. 더불어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갖춰 모델별 이질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라인업 보강 이후 판매량 증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뉜다. 모델의 가짓수가 늘어나면 당연히 판매가 증가하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지도 향상과 수출 증대를 위해선 소비자에게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다”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선행돼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브랜드메이킹이다. 제네시스는 2015년 출범한 이후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건을 살 땐 브랜드의 가치도 함께 구매한다. 소비자의 개성이 강해질수록 ‘물건을 구매해 사용하는 내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비춰질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비싼 소재를 사용하고 화려한 편의안전장비를 갖췄다고 구매를 결정하는 단순한 패턴이 지속되긴 쉽지 않다.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게 할만한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제네시스는 아직까지 우물 안 개구리다. 국내 판매는 해가 지나면서 개선되고 있지만 해외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G70은 2018년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 ‘올해의 차’ 선정은 비롯, ‘2018 iF 디자인상’에서 제품 부분상을 수상하며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G70은 총 1만1903대로 월평균 1천대에도 못미친 991대레 그쳤다. 화려한 수상 기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낮은 판매량이다. 경쟁자로 지목되는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와 BMW 3시리즈는 같은 기간 각각 4만9151대, 4만7828대가 판매됐다.

혹자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모델이 경쟁 모델로 지목되는 것만으로도 괄목할만한 성장이라고 평가한다. 냉정하게 보면 아직 자위하긴 이르다. 연말이 되면 제네시스 라인업은 5대로 탄탄해 진다. 디자인 정체성은 확립했다. 두 줄 디자인과 오각형 크레스트 그릴은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분위기다. 문제는 브랜드 콘셉트다. 아직도 소비자가 인지하는 제네시스에 대한 평가는 ‘고급스러운 현대차’, ‘독일 프리미엄 모델에 비해 20% 가량 저렴한 차’다.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브랜드가 추구하는 명확한 콘셉트가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별도로 독립된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인프라 구축이 이뤄지면 소비자에게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기 수월해진다.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이후 볼보의 폭발적인 성장과 뚜렷해진 브랜드 콘셉트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과거 볼보는 '안전한 차'에 머물렀다. 현재 볼보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스칸디나비안 럭셔리다. 일관된 패밀리룩과 주행질감, 브랜드 콘셉을 소비자에게 어필한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