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희곡상 수상작 '묵적지수' 연극으로 만난다

by장병호 기자
2019.06.14 09:59:22

서민준 극작, 이래은 연출
젠더 프리 캐스팅 등 이색 시도
26일부터 남산예술센터

연극 ‘묵적지수’의 연습 장면(사진=서울문화재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 ‘묵적지수’(작 서민준, 연출 이래은)가 오는 26일부터 7월 7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달과아이 극단이 공동 제작하는 ‘묵적지수’는 ‘진짜 전쟁을 막기 위한 가짜 전쟁’을 다룬 작품이다. 초나라 혜왕 50년(기원전 439년)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묵자가 초나라의 침략을 막기 위해 초혜왕과 모의전을 벌였다는 고사를 바탕으로 한다. 2500년 전 강대국에 맞서 전쟁을 막아내려는 의지를 다진 묵인들을 조명하며 ‘우리 시대에 마땅히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벽산희곡상 심사 당시 “섣불리 현대와 타협하지 않고 고문헌들에 대한 방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그 시대의 역사성과 사상을 재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희곡을 쓴 서민준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극작을 전공 중이며 2015년 신작희곡 페스티벌을 통해 등단했다. 2018년 두산아트랩 ‘종이인간’을 공연하며 연극계에 떠오르는 신인 극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연출은 ‘서른, 엄마’ ‘날개, 돋다’ ‘고등어’ ‘녹색광선’ 등 청소년과 여성, 소수자에 대한 작품을 선보여온 이래은 연출이 맡았다. 이래은 연출은 전쟁 장면에 의례적으로 사용되는 거대한 무대장치와 화려한 효과들을 배제하고 무대와 객석 사이를 넘나드는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경쾌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고정된 관습에서 벗어나는 다양한 시도를 한다. 전쟁 서사가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관념을 깨고 성별에 관계없이 배역을 정하는 젠더 프리 캐스팅을 진행했다. 관객 입장도 다른 방식으로 진행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휠체어 리프트 이용이 필요 없는 무대장치 반입구를 모든 관객의 객석 출입구로 사용한다. 무대 또한 보통 공연과 다르게 360도의 모든 각도에서 다양한 시선을 둘 수 있는 원형 무대를 사용한다.

배우 경지은·민대식·박훈규·성수연·오지나·이미라·임원옥·최희진·하지은 등이 출연한다. 영화 ‘만신’ ‘위로공간’ 등에 참여했던 이태원 음악감독, 시각예술가로 활동 중인 안데스 의상 디자이너가 창작진으로 함께한다. 티켓 가격 전석 3만원. 남산예술센터·인터파크·예스24·옥션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