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433억에 퇴출위기 '네이트' 인수한 이유

by김현아 기자
2016.11.25 10:03:14

5년 연속 적자면 퇴출될수도
SK브랜드 이미지 관리 치원
독자생존? 브로드밴드 합병?..텔레콤 "그랜드플랜 정해진 바 없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SK텔레콤(017670)이 433억 정도를 들여 코스닥 시장 퇴출 위기에 있던 SK커뮤니케이션즈(066270)의 지분(34.46%)을 인수한다. 현재 64.54%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잔여 지분 전량을 사서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25일 오전 9시7분 SK컴즈는 전날보다 9.63% 오른 296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왜 인터넷 포털 중 약체인 ‘네이트’를 인수하기로 한 걸까. ▲올해가 마지막인 SK컴즈의 코스닥 상장폐지 우려(주주 피해 우려) ▲SK그룹 브랜드 관리 차원 ▲SK텔레콤군(群)의 플랫폼 사업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유다.

SK컴즈는 올 상반기 별도 기준으로 54억5152만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연말까지 적자를 탈피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될 수 있는 것이다. 코스닥 상장 폐지 규정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기업 가운데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 상장 적격성 심사를 거쳐 퇴출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컴즈가 상장 폐지되면 일반 주주들의 혼란과 비판이 커질 것이어서 SK텔레콤이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인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잡음을 줄이고 투자자 보호 차원의 결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에 SK컴즈는 골치덩어리였다.



SK플래닛이 지난해 당시 자회사였던 SK컴즈 지분(51.00%)을 콘텐츠 업체 IHQ에 넘기고 대신 IHQ의 지분을 받아 2대 주주(28.50%)로 자리매김하려 시도했지만, IHQ의 대주주인 케이블TV 방송사인 씨앤앰의 대주단(채권단) 중 하나인 신한은행이 이를 반대하면서 계약이 깨졌다. 이후 SK플래닛은 지난해 9월 SK컴즈 지분 전량(64.5%)을 모회사인 SK텔레콤에 넘겼다. 1년이 지난 지금, 결국 SK컴즈는 SK텔레콤의 100% 자회사가 된 것이다.

‘네이트’ 등을 운영하는 SK컴즈는 현재 290~3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SK컴즈가 상장 폐지되면 재계 3위인 그룹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계열사는 아니지만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를 예상하고도 움직이지 않아 상장 폐지가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공식 자료에서 ‘차세대 플랫폼 Company’로 성장 방향성을 정하고, 통신 사업 외에 플랫폼 사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SK컴즈 인수 시너지를 기대했다. 네이트 포털, 싸이월드 등 천만 단위 고객 대상 서비스 운영 경험을 보유한 SK컴즈의 사업 역량을 활용해 차세대 플랫폼 사업 추진을 가속화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안팎에선 초고속인터넷 회사에서 미디어 회사로 변신한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KT 관계자는 “브로드밴드를 100% 텔레콤 자회사로 만든 뒤 CJ헬로비전 합병을 추진하지 않았냐”며, SK컴즈에 대한 추가 로드맵을 궁금해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플래닛은 커머스 회사로 변신 중이어서 (컴즈와) 합병할 가능성은 없다”며 “한다면 포털 미디어와 IPTV 미디어간 시너지가 가능한 SK브로드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SK컴즈와 IHQ간 시너지는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단에서 발생했다”며 “브로드밴드와 컴즈 합병시 시너지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컴즈를 100% 자회사화 했지만 아직 그랜드 플랜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