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동엽 기자
2006.08.01 12:30:00
[이데일리 이동엽 칼럼니스트] 미국 온라인 결제회사 페이팔(PayPal)의 창업자 가운데 체스에 능한 벤처투자가 티엘(Thiel)이 있었다. 그는 몇 년 전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하고 손에 넣은 거액과 다른 투자가들의 돈을 모아 클래리움캐피탈(Clarium Capital)이라는 헤지펀드를 세웠다.
티엘은 클래리움캐피탈을 통해 캐나다 대체에너지 분야에 투자해 몇 배의 수익을 올리고 투자액 대부분을 회수했다. 기술벤처 창업자가 거액의 자기 자산을 자신이 잘 아는 기술 분야가 아니라 어찌 보면 생소한 에너지 분야에 투자한 것이다. 이는 빌게이츠 자금을 운영하는 펀드가 기술 분야가 아니라 에탄올 회사에 투자한 것과 비슷한 경우다.
세계 최대 금광회사 뉴몽트마이닝은 클래리움캐피탈보다 몇 년 이른 1999년 캐나다 알버타주 콜드레이크 인근 9600에이커의 땅을 주정부로부터 장기 리스(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 주변에 산재한 대체에너지 개발권을 사들였다. 회사는 이 계약을 `블랙골드 프로젝트(BlackGold Project)`라고 불렀다.
콜드레이크는 여름에는 낚시를 하거나 배를 타고, 겨울에는 얼음낚시 혹은 스노모빌을 즐기기에 좋은 촌동네. 워낙 조용한 곳이라 이 지역의 풍부한 대체에너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사람들이 대체에너지를 찾는다고 사방에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한마디로 `골드러시`가 시작된 것. 뉴몽트는 지금이야말로 리스 권리를 매도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2006년 7월 리스 권리를 사들인 매입회사는 콜드레이크 사람들이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극동 아시아의 한국석유공사였다.
뉴몽트가 이 때가 가장 비싼 가격에 리스 권리를 팔수 있는 시점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한동안 잊혀졌던 땅속의 블랙골드(오일샌드) 가치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1999년 10달러 수준에 머물렀으나 2002년~2003년 20~30 달러, 이후 40~50 달러, 최근 60~70달러를 넘어 치솟았다.
한국 국영 석유회사가 매입한 블랙골드 지역에는 2억5000만 배럴 상당의 오일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하루 3만5000배럴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곳에 매장된 오일샌드, 즉 기름모래는 캐나다 오일샌드 중심지 포트맥머레이 지역에 있는 노천광과 달리 땅 속 깊이 매장돼 있어 채굴이 쉽지 않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석유 가격이 급상승하기 몇 년 전까지 오일샌드에 관심있는 회사들도 거들떠 보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캐나다 알버트주에는 100여년전인 1897년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이후 북미 최대의 골드러시, 정확히 오일샌드 러시 투자붐이 몇 년간 계속됐다. 너도 나도 투자에 나서 투자비용도 덩달아 치솟았다.
오일샌드 붐으로 인해 현지에서는 기술자 등 사람 구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새로 전입하는 사람들은 집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콜드레이크 광구에서 200~300 킬로미터 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오일샌드 중심지 포트맥머레이는 현재 집값이 40만~50만 달러를 호가한다. 토론토, 밴쿠버보다 비싸다.
이 지역의 갑작스런 대규모 개발은 부담금 증가라는 또 다른 비용 요인을 낳았다. 오일샌드 채굴은 일반 원유채굴 과정보다 많은 그린하우스 개스를 방출하고 엄청난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코에너지라는 오일샌드 회사는 그린하우스 개스 방출에 따른 부담금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캐나다에서 풍력발전소를 가장 많이 건설해야 했다. 셀 캐나다도 환경단체와 환경부담금에 대해 합의했다. 뿐만 아니다. 최근 오일샌드 공장에서 나오는 수질 및 대기 오염물질로 인해 포트맥머레이 등 인근 지역에서 암환자가 급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단기간 집중된 투자 바람으로 인한 이같은 부작용으로 포트맥머레이는 지난 6월, 54억달러 짜리 선코의 오일샌드 추가 개발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투자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 버블에 이른 것이다.
한국 석유공사에 콜드레이크 광구 리스권을 매각한 뉴몽트마이닝은 현재 전세계에 걸쳐 영국 넓이 크기의 금광 채굴권을 확보하고 있다. S&P500과 포춘500 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금 관련 우량주로 시가총액이 200억달러를 넘어선다. 뉴몽트는 자회사로 금광 뿐만 아니라 석유, 천연개스, 석탄, 철광석 등 다양한 원자재 분야에 투자하는 투자전문회사, 뉴몽트캐피탈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2004년 원유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추세를 감안, 캐네디언오일샌드트러스트의 지분 6.6%를 2억달러에 인수해 대박을 냈다.
그러나 뉴몽트의 투자 대박은 뭐니뭐니 해도 블랙골드 리스 매각이다. 투자의 귀재 뉴몽트가 콜드레이크 지역의 블랙골드 장기리스 권리를 1999년 알버타주로부터 매입한 가격은 수십만 달러에 불과했다. 7년후 한국 석유공사에 판매한 가격은 2억7000만달러로 매입한 가격의 수백배였다.
물론 이를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몇 달전 너도나도 오일샌드에 묻지마 투자를 할 때 팔았으면 지금보다 2~3배 더 차익을 남겼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그래도 수백배 투자차익이면 괜찮은 수익율 아닌가?
사실 뉴몽트는 지금 리스권을 매각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광산개발 비용이 몇 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것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나다 알버타의 관련 기업들이 추가 개발 및 확장을 유보하거나 중단하는 바람에 최근 오일샌드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물론 지금도 뉴몽트처럼 대박을 꿈꾸는 회사들이 있다. 허스키에너지는 7월 1만4560에이커의 오일샌드 리스를 주정부로부터 600만달러에 매입했다. 이 지역 오일샌드 추정매장량은 13억배럴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국 석유공사는 제1호 유전개발펀드를 오는 11월 출시하고 오는 9월까지 투자 대상 광구 및 자산운용사 선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로 뉴몽트를 선정하고 또 다른 블랙골드를 찾아달라고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