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부도임대아파트 대책지시..왜 나왔나?

by윤진섭 기자
2005.05.20 15:53:08

부도임대세입자, 보호장치 없어 `속수무책` 심각
경매 넘어갈 경우 세입자 `이중고`..6월중 대책 발표

[edaily 윤진섭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0일 아파트 등 임대 아파트 정책의 부작용 보완대책을 지시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도 임대주택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것. 건설업계에 따르면 무주택 서민들이 세 들어 사는 민간 임대아파트의 경우 최근 무더기로 경매에 넘어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주택경기 침체 여파로 임대주택 업체들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나타났던 `임대주택 경매대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건교부 내에 임대주택정책검토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 6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부도사업장의 경우 채권, 채무관계가 워낙 복잡한데다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 대책을 제한하는 요소가 많아, 정부의 정책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높다. ◇전국 민간 임대아파트 30% 12만가구.. `부도상태`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지어진 민간임대아파트는 42만가구에 달한다. 이중 30%인 12만 가구가 부도상태이며, 대부분이 지방에 위치해 있다. 지역별로는 충남이 3만2000여가구, 경북과 충북이 각각 1만7000여가구로 가장 많고, 올해도 6개 건설업체가 망해 1400여 가구의 부도 임대아파트가 추가됐다. 건설교통부는 이 가운데 준공 후 부도임대주택 수는 7만3000가구, 피해가 우려되는 가구 수는 3만7000가구로 추산하고 있다. 부도 임대아파트가 속출하는 데는 무엇보다 임대주택 건설업체들이 대부분 자금력이나 경영능력이 부족한 영세업체이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업체들의 경우 수익성이 분양 아파트보다 떨어지는 민간임대주택 건설을 외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경기가 나빠져 임대주택건설업체들이 자금난에 몰리면서 속수무책으로 부도 처리되기 일쑤다. 정부가 주택건설업체에 빌려주는 국민주택기금이 부실 건설사의 먹잇감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올 3월 국회 건교위 김태환 의원(한나라당)이 공개한 `국민주택기금 부도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94년 이후 466개사가 부도를 냈으며 이들 부도업체의 60.4%인 281개사는 대출 받은 후 3년 안에 부도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89개사는 1년 안에 부도처리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심지어 충청지역의 한 건설사는 국민주택기금 16억원을 대출받은 뒤 불과 27일만에 부도를 내 부도지연 목적으로 국민주택기금을 대출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부도를 낸 주택건설업체들이 아직까지 갚지 않은 국민주택기금은 총 1조7126억원으로, 이들 회사에 대출된 총 2조9540억원의 58%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도업체중 165개사는 30억원 이상, 이중 36개사는 100억원 이상을 상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민간임대주택은 자금이 없더라도 평형에 따라 가구당 최고 6000만원까지 국민주택기금을 이용할 수 있다"라며 "임대주택을 지은 뒤 나중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고의 부도를 내는 사례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임대아파트 공급확대에만 매달려 국민주택기금 지원 대상업체 선정 심사와 사후관리를 소홀히 한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부도 후 처리 과정에서 세입자 이중고 직면 부도로 쓰러진 건설회사에 돈을 빌려준 국민주택기금 운용회사(국민은행)와 금융회사 등은 채권 확보를 위해 담보로 잡고 있는 민간 임대주택을 경매에 넘긴다. 경매가 진행되면 세입자들이 임대주택에 입주할 때 확정일자를 받아 놓더라도 국민주택기금이나 채권금융회사보다 순위가 밀릴 경우 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떼일 수밖에 없다. 정부도 세입자들의 경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액 보증금(지역별 3000만∼4000만 원 이하)은 가장 먼저 변제(1200만~1600만원까지)받을 수 있도록 안전장치 (주택임대차보호법)를 마련해 놓고 있지만 요건이 맞지 않아 보증금을 떼이는 사례가 허다하다. 실제 경상남도 양산시 장백임대아파트의 경우 전체 26개동 3000가구가 통째로 경매가 진행 중인데, 현재 거주하는 세입자들들의 보증금이 (22평 2300만원, 26평 2700만원)를 소액임차인 범위를 넘어선 탓에 주택임대차보호대상에서 빠져 있다. 그나마 금융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경매를 통해 소유권을 이전 받는다고 해도 이 역시도 경매 낙찰 금액이 필요해, `보증금도 떼이고, 경매 자금이 추가로 드는`이중고를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 6월중 민간임대아파트 관련 특별대책..실효성 있는 대책 나올까? 정부는 현재 부도 사업장의 경우 매입, 임대 활용과 함께 임차인들이 원활하게 분양전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정부는 이들 부도 임대아파트를 매입해 국민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건설교통부와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등은 이들 민간 임대 아파트와 관련된 특별 대책을 다음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월27일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정과제회의에서 `임대주택정책 개편방안`이 논의됐고 이 가운데 부도 등 불안정성이 증대되면서 생기는 문제를 막기 위해 장기자금 투입이 가능한 연기금 등 재무적 투자자 참여 촉진 등의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차별시정위 관계자는 "6월말 발표를 예정으로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중"이라며 "대통령께서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는 주문을 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경제보좌관실 관계자도 "모든 부동산 문제가 그렇지만 공공 임대 아파트 부도와 관련된 대책도 마련이 쉽지 않다"며 "그러나 서민 고충을 반드시 풀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고,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는 여전히 부도임대아파트로 남아 있는 1만 가구의 경우 채권, 채무관계가 워낙 복잡해 사실상 ‘매입 불가’ 판정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이런 부도임대아파트 중 일부는 불법으로 제 3자에게 전대된 경우도 허다하다. 실상 대책을 통해 이들 주택에 대한 경매 중단 및 탕감 방안이 제시될 경우 막대한 국민주택기금의 손실 등이 불가피하다. 또 제 3자에게 불법 전대한 경우도 빚 탕감 등의 대책을 적용할 경우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도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라 이 같은 획기적인 대책이 나올 경우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