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컨트롤러는 시작일 뿐 …PMIC 개발한 파두의 이유있는 도전

by김현아 기자
2024.10.09 17:54:28

남이현 파두 각자대표 인터뷰
20년 노하우 SSD컨트롤러 기술
메타·글로벌 위성인터넷 공급
PMIC, CXL..차세대 데이터센터 책임질 것
비전 만드는 서울대 연구소 동지들
글로벌 시장서 ‘마벨’과 경쟁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그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 회사라고 생각했다면, 20년간 함께했던 사람들이 상장 이후 떠났겠죠. 하지만, 저희는 차세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대부분의 반도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전력관리반도체(PMIC)를 개발했고,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스위치도 개발중이죠.”

남이현(50) 파두(440110) 각자대표는 지난 8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2004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故 민상렬 교수님 연구실에서 만난 10여 명이 함께 개발한 것이 파두의 핵심 기술”이라며 “인공지능(AI)데이터 센터를 겨냥해 총소유비용(TCO)을 낮출 수 있는 스토리지(저장장치) 분야는 전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남이현 파두 각자대표.


파두는 SSD의 핵심인 컨트롤러를 개발해 SK하이닉스와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메타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 7일, 파두는 국내 반도체 기업과 약 31억원 규모의 기업용 SSD 컨트롤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해 주목을 받았다. 메타는 AI 수익화 방안을 제시하며 미국 월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역시 늘리고 있다.

남 대표는 “기업용 SSD 시장은 300억 달러에서 작년에 80억 달러로 축소됐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며 “이제 SSD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를 대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AI는 공통적으로 데이터의 폭증을 초래해 빠른 저장장치인 SSD의 필요성을 높인다”면서 “하지만 SSD의 두뇌 역할을 하는 컨트롤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거나 읽고 쓸 수 없다. 따라서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SSD 컨트롤러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메타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가 파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2004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故 민상렬 교수의 제자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기술이 뿌리라고 설명했다. 당시 연구실에는 10명 남짓한 멤버가 있었으며, 2015년 파두 창립 이후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 대표는 “파두의 컨트롤러 기술은 일반적인 범용 컨트롤러와 달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분하지 않고, 고정형 하드웨어와 프로그래머블 하드웨어로 나눠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하드웨어에서 90%를 처리한다”고 말했다. 또 “2004년 당시 설계 철학을 반영하고 있으며, 현재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글로벌 위성 인터넷 회사에 공급된 SSD 컨트롤러는 모두 저희 제품”이라고 귀띔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남이현 파두 각자대표
파두는 SSD 컨트롤러 회사에 그치지 않으려 한다. 최근 전력관리반도체(PMIC)를 개발해 내부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반도체로 주목받는 CXL 스위치도 개발 중이다. 남이현 대표는 “메타의 데이터센터를 방문했을 때 지평선 끝까지 랙이 있는 모습에 놀랐다. 에어컨 온도를 1도 낮추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며, 파워와 발열을 줄여 총소유비용(TCO)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용 부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PMIC 개발팀에만 30명의 개발자가 있으며, 작업을 시작한 지는 2년이 넘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파두는 미국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이음(대표 한진기)에 투자해 CXL 스위치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남이현 대표는 “과거에는 인텔 서버를 구매해 소프트웨어만 변경해 하나의 인터넷 데이터센터(IDC)처럼 운영했지만, 이제는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이 끝났기 때문에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AI,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OTT) 등 용도별로 특화된 데이터센터를 효과적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솔직히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반도체를 만들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CXL 스위치는 CPU, NPU, SSD가 연결되는 데이터센터의 중심 칩이 될 것”이라며 “CPU나 NPU는 이미 많은 회사가 참여하고 있어 그들과 협력해 서버를 만들고 싶다. 그 서버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발하면, 결국 특정 서비스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의 핵심 컴포넌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파두의 글로벌 경쟁사로는 마벨(Marvell Technology)과 마이크로칩(Microchip Technology)을 꼽았다. 남 대표는 “마이크로칩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고, 마벨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면서 “사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NPU 외에도 다양한 기회가 많다. 20년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SSD 컨트롤러뿐 아니라 PMIC, CXL 스위치 등에서 지속적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파두 남이현 각자대표.


남이현(50) 파두 각자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부에서 학사와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박사 과정 중,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메모리·스토리지 구조 연구실에서 만난 동지들과 함께 2015년 파두를 설립했다.

동갑내기 이지효 각자대표는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굉장히 똑똑하고 열정적인 친구”로 소개받아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한다. 남 대표와 이 대표는 부부처럼 잘 맞는 부분도 있지만, 의견 차이도 있는 협력 관계라고 한다. 이지효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서 IT·전자 분야의 파트너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남 대표는 “2011년, 지금 하는 일과 거의 유사한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당시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SSD를 만들고 싶어 기업으로 왔다”고 전했다. 그는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의 ‘스토리지 테크랩’에서 2년 반 근무한 뒤 파두를 창립하게 됐다고 한다. 남 대표는 “마흔 한 살에 회사를 만들 때 금전적 이익보다는 우리가 개발한 훌륭한 기술과 팀, 그리고 분야를 통해 의미 있는 가치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고 전했다.

현재 파두는 한국 본사를 비롯해 미국, 폴란드, 중국 등에서 3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중 80~90%가 개발자다.

남이현 대표는 “공대 출신인 만큼, 성별에 상관없이 서로 통하는 가치관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저희 회사 철학은 ‘다른 기업들과 달라야 한다’는 것이고, 개인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너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으로 사람 한 명, 한 명을 아끼는 것이 확실하다”고 소개했다. 남 대표는 마음에 드는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다섯 차례 만나 설득한 적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