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지침·법령해석 적극 제공…기업 회계 부담 줄일 것”

by이명철 기자
2019.03.12 09:25:39

김용범 부위원장 “비상장사 지분 평가 과도하게 보수적”
“감사의견 부적정 시 상장폐지 대상되는 제도 개선 예정”

12일 금융위원회 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업의 외부감사 부담 완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김용범(왼쪽 첫번째) 금융위 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금융당국이 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던 불확실한 외부감사와 회계감독 정비에 나선다. 기업의 비상장 회사 투자지분 평가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새로운 감독지침을 제시하기로 했다. 코스닥 기업이 비 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면 상장폐지 대상이 되던 상장관리 규정도 개선할 예정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정부 서울청사 1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업의 외부감사 부담 완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회계개혁의 성공을 위해 기업현장에서 외부감사가 독립적이면서도 합리적으로 수행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신(新) 외부감사법 시행에 앞서 관계기관 합동 현장점검반을 운영하며 기업의 애로사항을 파악했다. 김 부위원장은 “신 외감법 시행으로 외부감사인 독립성과 책임이 높아지고 경영 파급효과가 큰 회계기준이 도입돼 외부감사가 많이 까다로워졌다”며 “기업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이 제도 변화로 예상하는 수준보다 더 커 기업 화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부담이 커지는 이유는 제도의 대대적 변화에도 외부감사인과 감독기관의 업무방식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그는 “외부감사가 회계감독 과정에서 제도를 자의적으로 적용해 많은 기업이 회계를 경영의 부담으로 인식한다”고 진단했다.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사례로 ‘감사인의 재무제표 작성 자문 금지’가 꼽혔다. 외부감사인이 규정 위반을 이유로 기업과 소통하지 않아 기업이 감사 불확실성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또 기업이 보유한 비 상장회사의 지분을 모두 시장가치가 아닌 공정가치로 평가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금융위는 회계기준이나 법령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 않기 위해 감독지침이나 법령 해석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비 상장회사 투자지분 공정가치 평가 관련 애로사항과 외부감사인이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적용하는 법령들이 있다”며 “관계기관과 검토한 내용과 이날 간담회 의견을 참고해 감독지침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감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해당 감독지침을 유념해 앞으로 감독업무에 반영해달라”며 “한공회 윤리조사위원회는 지침을 어기는 외부감사인의 부당행위 신고 시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당부했다.

외부감사에 대한 회계감리가 사후 적발·제재 중심으로 운용된다는 지적에 대해 사전 예방과 지도 중심으로 회계감독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다음 달 재무제표 심사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금감원 중심으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외부감사 시 적정 감사의견(한정·부적정·의견거절)을 받지 못할 때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 것은 기업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사들이 대거 대출돼 해당 기업과 투자자들이 고통받았다”며 “올해는 그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한국거래소와 협의해 상장관리 규정상 미비점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날 간담회를 바탕으로 향후 제도 개선과 정부 지원이 필요한 과제들을 지속 발굴하고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은 “제도가 작동하는 현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 상황에 따라 개혁의 속도와 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현실에 파묻혀 회계개혁이라는 지향점을 놓치지 않도록 이상과 현실의 균형추를 맞추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