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단속정 中어선 공격에 침몰…은폐의혹에 안전처 '사실무근'
by이지현 기자
2016.10.09 15:26:31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불법조업하는 중국어선을 단속하려던 해양경비안전본부 고속단정이 중국어선의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7일 오후 2시 10분께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7.2㎞ 침범한 중국어선 40여척이 레이더에 포착됐다. 인천해경서는 3005함과 1002함을 급파해 이들 어선 단속에 나섰다.
쇠창살과 등선 방지용 그물을 설치한 중국어선들은 해경의 명령에 불응한 채 지그재그로 항해하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40여 척 중 100t급 중국어선(쌍타망 철선) 한 척에 근접한 고속단정 1호기에서 대원 8명이 어선에 올라타 조타실 철문을 두고 중국선원들과 대치했다.
중국선원들은 철문을 걸어 잠근 채 저항했고, 해경대원들은 절단기를 이용해 강제로 철문을 개방하려고 시도했다. 대치를 이어가던 오후 3시 8분경 중국어선에 계류 중인 1호정을 다른 중국어선이 고의로 충돌해 전복되고 말았다. 1호기에 혼자 남았던 단정장은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구했다.
이후 주변에 있던 다른 중국어선 수십 척이 몰려와 해경의 다른 고속단정까지 위협했고 해경은 사고 방지를 위해 중국어선에 승선해 있던 대원 8명을 3005함으로 철수시켰다. 그 사이 중국어선들은 유유히 중국해역 쪽으로 배를 몰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해경에서는 선명을 은폐한 채 고속단정에 고의로 충돌한 중국어선을 채증한 사진을 판독해 선명(노OO호)을 확인, 전국해경서 및 유관기관에 수배조치했다.
해경 관계자는 “8일부터 ‘불법 중국어선 단속전담 기동전단’을 현장에 배치해 서해 특정해역 및 NLL해역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며 “서울 주재 중국 총영사에 이번 사고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는 등 재발방지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이러한 사실을 사건 다음 날인 8일 오후 10시 20분께 외부에 알려 은폐 논란을 빚었다. 사건 발생 31시간만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께 한 언론사가 서해 상에서 고속단정이 침몰한 사실을 보도한 지 6시간이 지난 뒤다.
안전처는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3005함을 인천서 전용부두에 입항시켜 당시 단속을 벌인 대원들을 조사하고, 영상자료 등을 분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공식 발표가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안전처 관계자는 “3005함이 사고 19시간이 지난 8일 오전 10시에야 항구에 입항했다”며 “사고사실 확인 후 피의 중국어선을 특정하고 중국해경국과의 조사 공조, 중국총영사 초치 등의 추후 계획을 수립해 발표하는 과정에서 자료 배포가 지연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