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유한킴벌리, 핸드타올로 손위생문화 바꾼다

by김재은 기자
2015.09.10 10:12:03

아시아 단 2대뿐인 UCTAD..760억 들여 설비투자 완료
UCTAD 핸드타올 공기주머니 생겨 흡습력 30%↑
1970년대이후 신문지→화장지 문화로 바꿔
"손 위생 위한 핸드타올 사용률 높이겠다"

[경북 김천=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윙~~~~~~~~~~~~!!!”

유한킴벌리 김천공장에 들어서자 귀가 먹먹할 정도의 소음이 손님을 맞이한다. 공장안은 평균 95dB(데시벨)로 출퇴근시간 지하철과 버스에서 발생하는 소음(80~90dB)보다 더 시끄럽다. 이 때문에 귀마개를 포함해 위생모자, 안전화를 착용해야 공장에 들어갈 수 있다.

펄프와 재생지 등을 물에 녹여 초지를 만드는 후끈한 전공정을 지나고 나니 훨씬 쾌적하고 시원한 후가공 공장이 기다리고 있다.

김천공장 드라이셀 생산현장. 사진=유한킴벌리 제공
머리 위로 아시아에 단 2대밖에 없다는 거대한 기계가 위용을 드러낸다. 지름 2m, 폭 3m의 UCTAD(Uncrepped Through Air Dryer) 설비는 호주와 한국에 각각 1대씩 있다. 유한킴벌리는 총 760억원을 들여 UCTAD 설비투자를 마무리하고 지난 3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핸드타올을 만드는데 쓰이는 UCTAD의 생산규모는 연 5만톤 수준으로 김천공장 전체 생산가능용량(15만톤)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기존 양키 드라이어(Yankee Dryer) 등의 설비가 다리미처럼 열을 가해 원단에서 수분을 제거하는 공법인데 비해 UCTAD는 압착과정 없이, 드라이어의 뜨거운 공기로 수분을 건조시킨다. 기존 설비에 비해 원단의 부피감이 잘 보존되고, 자연스럽게 공기흡수 주머니(드라이셀)이 형성된다. 유한킴벌리가 야심차게 출시한 크리넥스 드라이셀 제품들이 UCTAD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

20년간 김천공장을 이끈 이관호 공장장은 “1980년 군포공장에서 이전해 온 김천공장은 주로 뽀삐, 크리넥스, 스카티 등 화장지, 미용티슈, 핸드·키친타올 등을 생산하고 있다”며 “지난 35년간 우리나라의 위생문화를 바꾸는데 큰 일조를 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1960~70년대 신문지를 비벼 사용하던 재래식 화장실에서 빠르게 수세식 변기로 바뀌었고, 가정에서 신문지나 종이 대신 화장지를 사용하게 됐다.

유한킴벌리 김천공장 전경. 사진=유한킴벌리 제공
1980년 유한킴벌리 김천공장이 처음 세워질 때만 해도 포도밭이었던 일대는 김천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 코오롱 계열사를 비롯해 유수의 기업들이 김천산단에 자리를 잡고 있다.

유한킴벌리 김천공장은 대지 19만8000㎡(6만평), 건평 8만5800㎡(2만6000평)의 규모로 42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4조 2교대로 돌아가는 근무제 덕에 유한킴벌리 김천공장의 효율성은 상당히 높다. 2배수의 직원을 채용해 충분한 교육과 휴식을 취하는 4조 2교대 근무제는 김천공장 뿐 아니라 유아용품을 주로 생산하는 대전공장과 여성·시니어용품을 만드는 충주공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포스코(005490) 등 대기업도 유한킴벌리를 본 따 4조 2교대 근무제를 운영할 정도다.



1995년 김천공장 직원 1인당 137톤에 그치던 생산량은 2000년 279톤, 2009년 389톤, 2012년 446톤으로 높아졌다. 올해엔 1인당 536톤으로 글로벌 킴벌리클라크의 벤치마크 목표치(1인당 400톤)를 34%나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생산성 덕에 고가의 UCTAD 설비를 중국 등이 아닌 한국에 설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천공장에서 UCTAD로 생산하는 제품은 핸드타올로 현재 가동률은 60%수준이다.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수출하는데, 추후 수출 목표는 70% 이상으로 잡고 있다. 주요 수출국은 호주, 중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다.

1980년대 수세식 화장실 위생 문화를 이끌던 유한킴벌리는 최근 핸드타올 사용을 통해 손 위생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손 위생 관리를 위해 핸드타올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에어 드라이어의 경우 화장실 내부공기를 끌어다 사용하는 점, 공기 출구에 물이 묻어 세균 등이 쉽게 번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유한킴벌리는 UCTAD로 생산되는 드라이셀 핸드타올을 널리 알리기 위해 10월부터 케이블TV, 잡지, 인터넷 등에 광고를 게재하기로 했다. 핸드타올 제품이 기업과 기업간 거래(B2B)영역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일반 핸드타올에 비해 UCTAD로 생산한 핸드타올은 10~30%가량 비싸지만, 흡수력이 기존제품보다 30%이상 뛰어나다. 현재 유수의 병원을 비롯해 맥도널드, 도미노피자 등에서 사용중이다. 국내 핸드타올 시장 규모는 연 700억~1000억원 수준이며, 유한킴벌리는 25%가량 점유하고 있다.

최용신 B2B 사업부문 부장은 “현재 국내에서 30%수준에 그치는 핸드타올 사용률을 높이고, UCTAD 드라이셀 핸드타올을 병원, 빌딩, 푸드서비스업체 등에 널리 보급하고자 한다”며 “계획대로 된다면 국내 핸드타올 시장은 연평균 5%이상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이후 전통적인 뒷간 신문지를 화장실 화장지로 바꾼 유한킴벌리가 UCTAD 핸드타올로 손 위생 문화를 다시 한 번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