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정몽준 “서울시민 위해 할 일 있으면 출마”

by이도형 기자
2014.02.05 11:52:29

황우여 대표와 30여분간 단독면담
“출마자로 거론하면 나와 상의해야”

5일 오전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최고중진연석회의 후 황우여 대표와 당 대표 접견실에서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이데일리 이도형 기자] 오는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새누리당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몽준 의원이 5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고조되는 출마 여론에 여전히 ‘정중동’의 입장을 보였다.

그는 출마 압박에 불편한 심기를 살짝 내비치기도 했지만 불출마 사유 중 하나로 거론됐던 주식백지신탁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다시 내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뒤 오전 9시 45분부터 황 대표와 30 여분 간 비공개 단독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여상규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정 의원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즉답을 피했다. 그는 “서울시민과 우리 당을 위해서 할 일이 있다고 판단을 하면 출마하겠다”며 “박원순 시장 보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제가 하는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출마 여부 결정 시한에 대해 “늦기 전에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가벼운 어조이긴 했지만 자신의 출마를 압박하는 당 일각의 시선에 약간의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황 대표가 출마 여부를 묻길래 ‘그러면 인천 시장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당 일각으로부터 인천시장 출마를 압박받는 황 대표의 입장을 빗대 자신의 심정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정 의원은 “(황 대표가) 그런 걸 물어보는 건 대표한테 결례가 아니냐고 하길래 저도 ‘저의 이름을 들먹거리는 사람은 나하고 상의한 다음에 얘기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 의원은 불출마 사유 중 하나로 언급됐던 주식백지신탁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두는 행보를 보였다.

현대중공업 그룹의 주인인 정 의원은 서울시장 당선 시 관련법에 의거, 주식의 직무관련성이 인정받으면 매각 내지 백지선택 후 처분해야 한다. 정 의원은 이에 관련 “제도적인 어려움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4일 인천공항 입국 당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재산이 수십 조원이 되지만 당선되고 나서 관련 위원회에서 심사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정 의원은 당초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가 출마를 저울질 하는 것으로 바뀐 것에 대해 “당에 서울시장 후보를 할 만한 좋은 분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 당이 어렵지 않느냐는 전망이 나오면서 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황식 전 총리에 대해서는 “김 전 총리는 역대 총리 중 가장 훌륭한 총리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새누리당과 같이 일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