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 집값 `따로` 논다
by이학선 기자
2005.07.21 13:30:23
[edaily 이학선 황은재기자] 올들어 집값은 뛰는데 물가는 오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물가지표인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가 집값 상승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거품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인상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한국은행이 곤란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을 추진하고 싶어도 물가상승률이 워낙 낮아 명분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통계청과 한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7% 상승했다. 지난 2월 3.3%를 기록한 뒤 석달 연속 3.1%에서 횡보하더니 6월에는 3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 추세를 파악하는데 유용한 전월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0.8% 상승한 뒤 줄기차게 떨어지며 지난달에는 0.3% 하락했다.
반면 집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0.4% 올랐다. 작년 8월부터 시작된 하락 행진이 10개월만에 끝난 것이다. 전월비 주택가격은 이미 올해 2월부터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에는 0.8% 올라 2003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소비자물가와 집값이 따로 노는 것은 물가를 작성할 때 집값이 아닌 전세와 월세 등 집세만 집계하기 때문이다.
집값과 전월세가 같이 오른다면 통계적 착시가 덜하겠지만 최근처럼 집값은 오르는데 전월세가 안정돼 있다면 체감물가는 높은데 발표되는 수치는 낮은 괴리현상이 발생한다.
통계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가주거비용 포함지수를 산출한다. 그러나 이 역시 집값 상승은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자가주거비용은 집을 사용하는 비용의 개념이므로 집값이 오를 때 같이 오르고 집값이 떨어질 때는 같이 떨어져야 정상이다. 그러나 자가주거비용을 직접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전월세 비용에 준해 계산하기 때문에 집값이 올라도 전월세가 떨어지면 물가에 포함되는 자가주거비용도 하락하게 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자 물가는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 소비 지출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통계를 낸다"며 "전월세 부분은 포함되지만 집값 등 부동산은 자산개념으로 파악하고 있어 소비자물가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