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규제에 업계 "침소봉대식 규제" 반발

by윤진섭 기자
2004.09.23 12:03:47

증축범위 최대 7.56평 제한, 재건축 단지 리모델링 금지
업계,"획일적 잣대 적용, 리모델링 사실상 금지` 등 반발

[edaily 윤진섭기자] 23일 건설교통부가 마련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개선방안`은 무분별한 리모델링에 제동을 걸겠다는 정부 입장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증축허용 범위를 25㎡(7.56평) 이내로 못 박았다는 점,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의 재건축 단지의 리모델링 전환을 금지시켰다는 점은 당초 업계에서 요구했던 수준 이상의 규제라는 측면에서 향후 리모델링 시장에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리모델링 개선안 어떤 의미 담고 있나 건교부는 증축의 허용 범위를 각 세대별로 연면적(전용면적)의 10분 2 이내로 하되, 각 가구별로 25㎡(7.56평)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예컨대 전용면적 50평형 아파트라면 10평(50평×20%)을 늘릴 수 있으나, 세대별 7.56평의 제한에 걸려, 이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통해 늘릴 수 있는 최대 면적은 결국 57.56평이 된다. 아울러 구조안전진단 결과 재건축 판정을 받은 곳은 리모델링 사업 자체가 봉쇄됐다. 건교부는 안전진단 결과 구조체(골조)의 잔존 수명이 남아 있지 않은 재건축을 리모델링 할 경우 붕괴의 위험이 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보강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재건축으로 판정한 단지의 리모델링을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도곡동 동신아파트 등 재건축 판정을 받고 최근 리모델링으로 사업을 전환했거나 검토 중인 단지는 리모델링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 ◇건설업계, `침소봉대(針小棒大)식 규제` 반발 건교부의 이번 지침을 놓고 건설사와 조합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선 각 단지의 조건이 다른 상황에서 획일적으로 증축 규모를 규제하는 것은 침소봉대식 규제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L건설 관계자는 "건교부의 이번 증축 범위 제한은 워커힐이나 개포 한신 등의 증축에서 촉발됐다"라며 "하지만 이들 단지 주민도 큰 평형 증가를 원하지 않고 있고, 이들 단지처럼 10평~15평 증축이 가능한 곳도 서울시내에서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교부가 신축비는 평당 300만원, 리모델링은 평당 450만원이라고 정했는데, 각 단지별 사정에 따라 리모델링 비용은 300만~350만원선으로 주는 등 단지별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증축제한이 불가피하다면 각 단지별 성격에 따라 최소한의 인센티브를 부여해주기를 기대했는데, 이런 사항도 배제돼, 향후 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판정을 받은 공동주택의 리모델링을 원천봉쇄했다는 점도 건설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대목이다. 건교부는 붕괴의 위험이 있는 건축물에 구조체 보강을 할 경우 붕괴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금지의 이유로 꼽았지만, 건설업계는 건교부 자체가 규정을 무시한 처사라며 재해석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S 건설 관계자는 "건교부가 발표한 구조안전진단 기준 165조에 따르면 노후화된 단지라고 밝히고 있지, 붕괴 위험성은 거론돼 있지 않다"며 "리모델링 과정에서 내진재 사용 등 건설업체들이 붕괴에 대해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는 실정에서 이와 같은 건교부의 확대해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안전진단 판단의 경우 구조체와 설비체로 나눠 진행되는 데 구조에는 문제가 없어도 설비체가 D 판정을 받아도 안전진단 결과 재건축 판정을 받는데, 이 경우에도 리모델링을 못하게 하는 것은 정부가 공동주택의 슬럼화를 재촉하는 셈”이라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무엇보다 이번 제한에 대해 건설업계는 불과 1년만에 정부가 리모델링 규제로 돌아서, 이제막 시장 확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리모델링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D 건설사 관계자는 “어차피 강남권 리모델링은 증축이 목적이 아니라 성능개선이 우선시되는 상황이여서 이번 조치에 상관없이 사업 진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는 “다만 이번 조치로 증축이 힘들게 되는 등 리모델링 메리트가 사라져, 리모델링 시장의 확산은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