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우려’ 소비자심리 장기평균 하회…작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

by장영은 기자
2026.04.23 06:00:06

4월 소비자심리지수 99.2…전월비 7.8p 하락
중동전쟁으로 물가상승·경기둔화 우려 커져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 2.9%로 0.2%p 상승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값 상승에 집값 상승 전망 우세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중동전쟁으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고유가·고환율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확성 속에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낙관과 비관을 가르는 100선을 밑돌았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전월보다 7.8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달 연속 하락했으며, 낙폭은 비상계엄 당시인 2024년 12월 12.7포인트 이후 최대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밑돈 것은 지난해 4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딱 1년 만이다. 탄핵과 조기대선 결정 이후 국내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100선을 줄곧 웃돌던 소비자심리가 중동전쟁 여파로 꺾인 것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넘으면 소비자들의 경기 인식이 장기평균(2003~2025년)보다 낙관적임을, 밑돌면 비관적임을 나타낸다.

(자료= 한국은행)


이번 하락을 이끈 건 경기 관련 지수들이었다. 현재 경기를 6개월 전과 비교해 평가하는 현재경기판단CSI는 전월대비 18포인트 급락한 68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가파른 낙폭이다. 향후경기전망CSI도 10포인트 내린 79로 집계됐다. 이흥후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과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계 재정상황 관련 지수도 일제히 내렸다. 현재생활형편CSI는 3포인트 하락한 91, 생활형편전망CSI는 5포인트 내린 92를 기록했다. 가계수입전망CSI(98)와 소비지출전망CSI(108)도 각각 3포인트씩 낮아졌다.





유가 급등과 공급망 차질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강해졌다. 일반인들의 향후 1년 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2%포인트 오른 2.9%로 집계됐다. 물가수준전망CSI(153)도 4포인트 상승했는데, 장기평균인 143을 크게 웃돌면서 2023년 2월 이후 3년 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향후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은 품목은 석유류제품(88.8%), 공업제품(33.1%), 공공요금(31.4%) 순이었다. 특히 중동 전쟁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반영해 석유류제품 응답 비중이 전월 대비 8.7%포인트 뛰었고,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 등으로 공업제품 응답 비중도 9.9%포인트 급등했다.

(자료= 한국은행)


주택가격전망CSI는 8포인트 상승한 104를 나타냈다.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데다 중동 사태에 따른 공사비 및 분양가 상승 우려도 커지면서다. 주택가격전망CSI는 두달 만에 다시 100을 웃돌면서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다.

금리수준전망CSI는 6포인트 오른 115를 기록했다.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더해진 결과다. 금리수준전망CSI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살아있던 지난 2023년 11월(119)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은 경기는 나빠질 것으로 보면서도 물가와 금리, 집값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침체 속 물가는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는 전국 도시 2500가구를 대상으로 이달 9일부터 16일까지 실시됐으며 2262가구가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