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디는 계엄, 희망의 말까지…한강, 무슨 말했나

by김미경 기자
2024.12.07 13:40:04

약 40여분 간 이어진 첫 공식 회견
특유의 침착함, 진솔한 한강의 말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마침내 침묵을 삼켰다. 그의 첫 마디는 지난 3일 밤 대한민국을 뒤흔든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이었고, 마지막 말은 ‘희망’이라는 일종의 주문 같았다.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는 것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소설가 한강(54)이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꺼낸 말이다.

한강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관련 질문이 나오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입을 뗐다.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가 지난 10월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된 후 질의응답이 있는 기자회견을 가진 건 이날이 처음이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면 언론과의 접촉을 일절 삼갔다. 한강은 부친인 한승원 작가를 통해 “전쟁에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냐”며 침묵을 택한 바 있다.

세계 언론의 이목이 쏠린 이날 한강은 특유의 침착하면서도 진솔한 태도로 답변을 이어갔다. 약 50분간 이어진 회견에서 비상계엄 등 정치적 현안부터 노벨상 수상 이후 느꼈던 감정들까지 시종 진지함과 소탈함을 오가며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질문은 영어로, 답변은 한국어로 이뤄졌으며 통역가가 한 작가의 한국어 답변을 영어로 전달했다. 한강은 이날 영어 질문을 한국어로 통역하는 과정을 대부분 생략하고 바로 답변했다. 일부 질문에는 직접 영어로 답하거나 통역이 다소 부정확한 경우엔 영어로 정정해서 말하기도 했다.

통역가가 열띤 어조로 답변을 전달하자 한강은 “굉장히 낙천적으로 말씀해주시는 것 같다”며 소탈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미안하다는 통역가에게는 “그럴 것 없다”며 “당신이 낙천적이기 때문”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젊은 경찰분들, 젊은 군인분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 (...)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 받았다.”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言路)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언어의 힘은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학이란 것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또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어 가는 행위이기 때문에 어떤 내적인 힘이 생기게 된다.”

“문학은 우리에게 여분의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해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를 하는 건 책을 쓴 사람으로서는 가슴 아픈 일이었던 건 사실이다.”

“한국에서 굉장히 고통스럽게 공감하면서 읽어주는 독자도 많지만 오해도 많이 받는다. 그게 그냥 이 책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광기인지 질문도 하고 싶었다.”

“이 상은 문학에 주는 것이고, 문학에 주는 상을 이번에 받았구나, 생각했다. 그러니까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다시 쓸 준비가 됐다.”

“어릴 때부터 문학 작품을 읽는 근육 같은 것을 기를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모든 독자가 작가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작가는 열렬한 독자라고 말하지 않나. 일단은 독자들이 많이 나오는 게 가장 좋을 거 같다.”

“많은 질문을 하게 되는 시기라고 생각된다. 때로는 희망이 있나?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요즘은 얼마 전부터, 몇 달 전부터 아니면 그 전부터일지도 모르겠는데, 희망이 있을 거라고 희망하는 것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