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한·미협력 동력 떨어질수도’…산업장관, 美상무장관 전기차 보조금 ‘압박’

by김형욱 기자
2022.09.22 10:59:14

‘방미’ 이창양 산업장관, 상무장관 만나 조속 해결 요청
지지 가능성 큰 주요 의원들 만나 물밑 설득작업도 펼쳐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반도체, 배터리, 원자력발전(원전) 등 (한국과 미국) 양국 협력 사안이 많은 상황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때 수입산을 차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은 양국 협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9월21(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둘은 이날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한미 공급망산업대화(SCCD)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산업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러먼도(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과 회담하고 IRA 시행에 따른 미국 내 차별적 전기차 보조금 문제 해결을 강력히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IRA를 시행하며 당장 내년부터 7500달러(약 1000만원)에 이르는 전기차 세액공제를 자국산 전기차로 한정키로 했다.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2위인 한국 전기차에는 타격이 불가피한 조치다. 더욱이 올 상반기 2025년부터 현지 생산하기로 약속해 놓은 상황에서 뒤통수를 맡은 격이 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창양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러먼도 장관에게 이 문제가 양국 경제협력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압박했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나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등 미국 주도 공급망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또 반도체나 배터리, 원전 등 양국 협력 사안도 많다. 한국 산업이 미국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미국 역시 한국 메모리 반도체나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의 협조 없인 자국 중심의 공급망 전략을 완성하기 어렵다. 미국 의회·행정부가 다분히 올 11월을 겨냥해 자국 우선주의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켰으나, 이게 결과적으론 미국에도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는 것, IRA 문제의 빠른 해결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러먼도 장관 역시 우리 측 우려와 문제 제기에 공감하고 이 사안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고자 진지한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산업부는 이번 면담을 계기로 한국 반도체 산업계에서 우려하는 미국 ‘반도체 및 과학법’의 가드레일 조항에 대한 우려도 전달했다. 이 조항은 미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해 25% 세액공제라는 큰 혜택을 주되, 이 혜택을 받은 기업은 중국 등 비우호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중 양국 모두에 대규모 설비시설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으로선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 장관은 이에 앞서 배리 무어(Barry Moore) 미국 앨라배마주 공화당 하원의원과 면담하고 IRA가 끼칠 경제적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방안 마련을 위해 협력기로 했다. 또 캐시 캐스터(Kathy Castor) 미국 플로리다주 민주당 하원의원과도 이 제도가 미국 전기차 소비자 선택 폭을 줄이고 시장 확대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미국 내 우호 세력을 최대한 확보해 IRA 하위법(시행령·시행규칙) 제정 과정에서 우리 입장을 최대한 담아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앨라배마주는 현대차 공장이 있는 만큼 무어 의원도 현대차의 미국시장 위축에 따른 현지 경제 위축은 막아야 한다. 캐스터 의원 역시 전기화 코커스 의장을 맡아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국가 간 이해관계를 떠나 한국측 입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상무부 역시 미국 행정부 내에선 한국과의 협력 관계 발전이 필요한 만큼 미국 재무부가 하위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우리 입장을 대신 전달할 ‘메신저’ 역할이 기대된다. 산업부는 이 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미국 국방부와 로봇 기술협력 강화를 위해 자율로봇 공동연구 작업반을 운영하는 등 한미 산업협력 확대에도 나섰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전반적으로 우리 측 우려에 공감하는 입장이었다”며 “정부는 입법으로 풀 수 있는 부분과 행정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 등으로 구분해 다각적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EU), 일본 등 유사 상황에 있는 국가와도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9월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회에서 캐시 캐스터(Kathy Castor) 플로리다주 민주당 하원의원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둘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