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유망기업]'스마트팜' 앞세워 'K-농업' 전파 이끈다…그린랩스

by김호준 기자
2020.06.07 15:34:29

스마트팜 구축 전문기업 그린랩스
전국 700여 농가에 스마트팜 보급…"연내 1만개 목표"
신상훈 대표, "韓 농업 기술, 전 세계에 전파"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사진=그린랩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우리나라 농가 비닐하우스는 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많습니다. 그러나 그 수준에 멈춰 있는 게 국내 농업의 현실입니다.”

7일 서울 송파구 그린랩스 본사에서 만난 신상훈 대표는 “여전히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곧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린랩스는 ‘스마트팜’을 농가에 구축하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농업 분야 스타트업이다. 앞서 정부는 스마트팜을 8대 혁신성장 선도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청년농업인 육성 △농업 연구·개발(R&D) △전·후방 산업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 대표는 “전국 105만 농가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는 농업인구만 200만명이 넘는다”며 “그런데 실제로 농업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정보통신(IT) 기술 접목 자체도 어렵고, 산업 전반을 뜯어 고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린랩스는 신상훈, 안동현, 최성우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되는 회사다. 그런데 대표 이력 면면이 특이하다. 안동현, 최성우 대표는 ‘홈쇼핑 핫딜’로 유명한 ‘쿠차’를 설립했다. 신 대표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 ‘아만다’를 창업한 경험이 있다. 모두 창업 이후 기업과 개인 간 거래(B2C) 분야에서 성과를 낸 이들이다.

신 대표는 “모바일 기반 B2C 서비스를 하다 보니 내수시장의 한계를 느꼈다”며 “조금 더 큰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육성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론을 내린 것이 스마트팜 분야”라고 했다.
그린랩스 ‘팜모닝’ 서비스는 실시간으로 비닐하우스 내 환경을 분석하고, 모바일을 통한 제어가 가능하다. (사진=그린랩스)
그린랩스의 스마트팜 브랜드 ‘팜모닝’은 작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다양한 IT 기술을 활용해 조성해준다. 이를 위해서는 햇빛이나 물, 온도, 습도 등 작물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지표들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통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닐하우스에 설치한 센서가 외부 온도나 습도 등 변화를 분석해 제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자동으로 창문을 열었다가 닫는다거나 관수기를 통해 수분을 공급한다. 온도가 급격히 변하면 냉·온풍기를 틀어 환경을 조절한다.

신 대표는 “작물을 키울 때 필요한 여러 환경을 사람이 정확히 조절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스마트팜은 오차 없이 24시간 내내 작물이 좋아하는 환경을 맞춰주기 때문에, 생산량과 품질 모두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스마트팜 도입 농가를 대상으로 성과를 분석한 결과, 평균 생산량은 27.9%가 늘었고 고용·노동비는 15.9%나 줄었다. 병·해충 및 질병 피해는 53.7%나 감소했다.

팜모닝의 또 다른 장점은 ‘복합환경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복합환경제어란 작물을 효과적으로 키우기 위해 온도뿐만 아니라 물, 습도, 햇빛 등 다양한 조건을 동시에 맞추는 작업을 의미한다. 팜모닝은 농가별로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합환경제어를 가능케했다.

신 대표는 “각 농가에서 설정한 데이터는 그린랩스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돼 복합환경제어에 활용한다”며 “일방적으로 농가에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의 재배 활동을 분석하고 조절값을 보여주면 농민이 다시 자기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린랩스는 지난 2015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전국 700여 개 농가에 스마트팜을 구축했다. 올해는 총 1만 개 보급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연내 100만원 이하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는 ‘미니 스마트팜’ 개발에 나섰다. 온라인 농업 컨설팅과 작물 유통 등을 결합한 종합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그린랩스는 최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65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매출액 역시 지난해 93억원에서 올해 300억원으로 올려 잡았다.

신 대표는 “판로 개척을 포함한 유통 지원을 확대해 농가 소득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스마트팜을 기반으로 ‘K-농업’을 전 세계로 확산하는 데 앞장서는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