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강남 재건축 시장 정조준한 대출 규제…효력은 '글쎄'

by정다슬 기자
2016.06.28 10:27:19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대출 보증 규제는 기존 상한이 없던 HUG 대출 보증을 분양가격 9억원 이하의 주택에 대해서만 받을 수 있도록 해 서울 강남권 재건축 분양시장을 정조준했다.

2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일반분양가가 9억원 이상인 아파트는 973가구다. 이 중 90%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분양됐을 정도로 고분양가 아파트가 강남권에 몰려 있다. 지난 1월 분양된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자이(153가구)의 경우 전용면적 59㎡형 분양가가 10억~11억 5000만원이었고, 강남구 개포동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블레스티지도 전용 59㎡형 분양가가 9억 2900만부터 시작했다.

반면 중도금대출 상한선은 수도권·광역시는 6억원, 지방은 3억원으로 높게 잡아 대다수 실수요자의 집단대출에는 영향이 없도록 했다. HUG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전용면적 85㎡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서울은 5억 3000만원(중도금 3억 2000만원)이고 수도권 3억 6000만원(중도금 2억 2000만원), 광역시·세종시는 2억 4000만원(중도금 1억 5000만원)으로 중도금 전액을 대출로 조달한다고 한다고 하더라도 분양권을 2~3개까지 보유할 수 있다. 지방 평균 분양가는 1억 8000만원(중도금 1억 1000만원)이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분양 보증은 9억원 이내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전체 분양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고분양가 아파트에 대해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HUG의 보증을 받지 못하는 분양가 9억원 이상의 아파트는 건설사가 직접 대출보증을 서거나 개인이 중도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주택협회는 10대 건설사가 보증에 나설 경우 약 0.4%포인트 정도 대출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규제의 실제 강도와는 상관없이 이번 규제가 분양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강태욱 우리은행 부동산자문위원은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규제”라면서도 “이미 분양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위기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정부의 시그널인 만큼 분양시장 분위기가 단숨에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규제가 투기를 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투기 수요는 분양권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금방 전매하기 때문에 이번 규제에 적용받지 않는다”며 “오히려 분양시장 침체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