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 바이오산업 메카 '남샌프란시스코 바이오 클러스터'를 가다

by박철근 기자
2016.06.06 16:07:59

제넨텍·암젠 탄생지…우수 대학·병원·공항 등 인프라 뒷받침
존슨앤존슨, 120개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
VC 투자금액 절반 '바이오' 분야 집중
남샌프란시스코市 2020년까지 3억달러 추가 투자유치

[샌프란시스코=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정부가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세계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명실상부한 메카는 미국이다. 그 원동력으로는 △바이오 관련 학과로 유명한 세계적 대학과 △바이오산업에 적극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바이오 기업의 연구결과를 임상시험할 수 있는 병원 등 인프라가 꼽힌다.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북서쪽으로 약 8㎞를 달려 남샌프란시스코 바이오 클러스터를 찾았다.

입구에서 ‘바이오테크놀로지(생명공학)의 탄생지(Birth Place of Biotechnology)’라는 입간판이 가장 먼저 방문객들을 맞는다.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 제넨텍과 암젠이 탄생한 이곳은 세계 바이오산업의 태동지다.

남샌프란시스코 바이오클러스터 입구에는 ‘바이오테크놀로지의 탄생지’(BirthPlace of Biotechnology)라는 입간판을 세워 세계 바이오산업의 중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박철근 기자
남샌프란시스코시에 따르면 남샌프란시스코 바이오클러스터의 면적은 202만3428㎡(약 61만2087평)로 축구장 약 283개를 합한 크기다. 이곳에는 제넨텍 본사를 포함한 207개(2015년 6월 현재) 바이오 기업에 2만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구글이 세운 바이오 기업 ‘칼리코’도 이곳에 자리한다.

이날은 일요일인 탓에 클러스터 내에서 근무자들을 볼 수는 없었다. 대신 남샌프란시스코시에서 바이오 기업 유치를 위해 개최한 설명회가 한창이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했지만 2020년까지 3억달러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한다는 게 시의 목표다.

이곳에는 세계적인 제약회사 존슨앤존슨의 이노베이션센터 ‘제이랩스’(JLABS)도 입주했다. 지난해 1월 입주한 제이랩스는 자체 R&D보다 바이오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니마 살리즈(Neema Saless) 제이랩스 운영담당자는 “이곳에는 120개의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R&D를 하고 있다”며 “스타트업 단계를 넘어선 5개사 이곳에서 나갔고 8월까지 4개사가 추가로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짐 비올라(Jim Viola·왼쪽) 존슨앤존슨 이노베이션센터(제이랩스) 마케팅 매니저가 제이랩스의 역할과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이랩스는 R&D 공간과 고가의 장비 사용이 어려운 바이오 스타트업을 위해 공간을 제공해주고 있다. 원심분리기나 일라이저(항체분석장비), 단백질 분석장비 등 고가의 장비를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스타트업들이 R&D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세계적인 의료기기 회사인 제너럴일렉트릭이 각종 의료기기를 무상으로 사용토록 제공하고 2년마다 새로운 기기로 교체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접적으로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자사의 의료기기 마케팅을 동시에 하는 셈이다.

왜 이곳이 세계 바이오산업의 성지가 됐을까.

마크 아디에고(Mark Addiego) 남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이곳은 바이오 관련 연구를 하는 유명 대학과 그들의 연구결과를 임상시험할 수 있는 병원, 그리고 항만과 공항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이곳은 스탠포드대와 UC샌프란시스코대 중간에 있으며 UC버클리대도 인근에 위치했다.

투자환경도 매우 좋다. 이곳에 있는 24개 VC들의 투자금 가운데 약 49%가 바이오 분야로 유입된다고 그는 전했다.

아디에고 시장은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도 인근에 공항, MIT와 같은 높은 수준의 학교와 편리한 생활환경 등의 인프라는 비슷하다”면서도 “샌프란시스코는 R&D를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다는 차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남샌프란시스코시는 바이오산업과 관련된 46만4512㎡(약 14만514평)의 추가 개발을 승인하고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한국의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정책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곳은 제넨텍이라는 회사를 중심으로 바이오 기업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클러스터가 형성된 반면 한국은 그럴만한 기업이 아직은 없어서다.

마크 아디에고(Mark Addiego)남샌프란시스코(South San Francisco) 시장이 한국 취재진에게 샌프란시스코 바이오 클러스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철근 기자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형 바이오클러스터 육성을 위해서는 제넨텍과 같은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을 한국에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근 아일랜드와 싱가포르 등 우리나라처럼 바이오산업 기반이 없었던 국가들도 글로벌 바이오제약사 유치를 통해 산업을 성장시킨 전례를 참고해 글로벌 제약사 유치를 위한 세제혜택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남샌프란시스코 바이오 클러스터가 제넨텍이라는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것처럼 세계의 자본이 몰릴 수 있는 글로벌 제약사 유치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시설 및 R&D센터를 유치한다면 고용창출 및 선진기술 이전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이자 남샌프란시스코 바이오 클러스터 형성의 기폭제 역할을 한 제넨텍 정문. 사진= 박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