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이란 사절단' 방문에 들뜬 중견기업계...'제2 중동붐' 이룰까

by유근일 기자
2016.04.24 16:15:54

"경제제재 해제 성과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부 협력 필요"
보여주기식 순방보다 문화 및 민간 사절 등 실효성 있는 지원해야

[이데일리 유근일 채상우 기자] “베트남 하노이와 중국 연길에서 호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란 경제제재 해제가 관광 및 레저 시장에도 기회가 될 것 같아 오늘 이 자리를 찾았습니다.”

최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아펙인사이츠(Aphek INSIGHTS) 조찬 강연회에 참석한 이대만 참빛산업 대표는 이란 시장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강연회는 다음달 예정인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을 앞두고 중견기업연합회가 이란 진출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산 타헤리안(Hassan Taherian) 주한 이란 대사를 초청한 이 강연에는 80여개 중견기업의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강연회에서는 “조인트벤처(합작기업)을 설립해 얻은 이익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것이 허용되느냐”,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프로젝트의 경우 해외 기업에 대한 보증 제도가 어떻게 되느냐”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들이 이어졌다. 중견기업인들은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질 경제사절단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산 타헤리안 주한 이란 대사가 지난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아펙인사이츠’ 조찬 강연회에서 강연을하고 있다. (사진=중견기업연합회)
중소·중견기업 관련 단체에 따르면 이번 순방에는 300여개 기업이 동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중동 4개국(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쿠웨이트), 중남미 순방과는 달리 이번 이란 방문은 구체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한 중견가구업체 임원은 “이번 이란 진출에서 주로 논의되는 부분이 대형 플랜트나 공장, 생산 설비와 같은 분야인 만큼 가구업체에게는 당장 기회가 없겠지만 이른 시일 내에 수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리 공부해 둘 필요가 있겠다 싶어 강연을 찾았다”고 전했다.

기대만큼 걱정도 크다. 앞서 있었던 중동 4개국 및 중남미 방문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서다. 중동 지역에 농기계를 수출하고 있는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브라질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현지 업체들과 업무협약(MOU)까지 체결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진척된 사항은 없다”며 “현지 업체와의 네트워크를 쌓은 것 외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고 전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이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아펙인사이츠’ 조찬 강연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중견기업연합회)
실제 효과도 미미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박 대통령이 다녀간 중동 4개국 중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나머지 3개 국가에 대한 수출액은 오히려 전년 대비 감소했다. 특히 2014년 20억달러에 달했던 쿠웨이트 수출은 지난해 9억2000만달러로 절반 이상 줄었다. 카타르 수출도 9억달러에서 6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분의 1 가량 감소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72억달러에서 60억달러로 수출이 급감했다.



이미 중동 시장에 진출해 수출 성과를 올리고 있는 한 중견 의료기기 제조업체 임원은 “이란 특수가 기대된다고 해서 이제와 이란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며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기업들도 몰려들 텐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및 무역협회 등 지원기관들이 각종 자료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가장 필요한 부분에 대한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강연회에서도 “이란에서 한국인을 1명 고용하면 이란 사람을 3명 더 뽑아야 한다는 소문이 있다”는 질문이 나왔을 정도다. 주한 이란 대사관 측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 여부를 확인해 주지 못했을 만큼 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한무경 효림그룹 회장은 “이란과 같이 인구도 많고 인프라도 갖춘 국가들은 계약이 체결되도 금방 국산화를 마치고 거래를 끊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향후 이란 시장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어떤 제품을 가져가야 경쟁력이 있는 지와 같은 문화적인 부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기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가 대 국가(G2G) 차원의 사업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기찬 카톨릭대 경영학과 교수(세계중소기업협의회 회장)는 “이란 특수가 거품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거품이 없는 곳에서 성공 사례가 나오기 힘들다. 약간의 거품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책적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번 이란 방문은 상징적으로 이란 진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국가에 꾸준히 관련 부처 공무원들을 파견해 정부 차원의 협력을 이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일 중견기업연구원장은 “처음 물꼬를 튼 이후에는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어렵다면 교민 사회를 활용해 믿을만한 현지 벤더를 연결해 주는 등 다양한 정책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