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현대 `묵혀둔 재무약정 갈등` 수면위로 나올까

by민재용 기자
2010.11.17 11:33:34

양측 신중모드 속 입장고수
채권단 "MOU체결이 기본 입장"
현대그룹 "MOU체결 적절한지 의문"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부채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 등이 수반되는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체결 문제로 채권단과 갈등을 빚어온 현대그룹이 현대건설(000720)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향후 MOU체결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측은 MOU체결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채권단은 MOU체결 고수, 현대그룹은 MOU체결 반대라는 기존 입장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17일 "MOU체결 문제를 어떻게 진행할지 전체 채권단 차원에서 아직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정해진 절차에 따라 현대그룹과 MOU를 맺어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지난 7월 현대그룹이 MOU체결을 끝내 거부하자 신규대출을 중단하는 등의 공동 제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현대그룹은 이에 대응해 법원에 `채권단 공동제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9월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채권단은 곧바로 이의신청 등 법적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현대건설 입찰이 진행됨에 따라 오해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 대응을 본입찰 이후로 연기한 상태다.

채권단은 법원이 채권단의 공동제재를 문제 삼은 것이라 약정 체결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같은 기준으로 이미 약정을 체결한 다른 기업들과 형평성 문제 때문에라도 현대그룹만을 예외 상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 사례로 무조건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기업들에게 확산될 경우 재무구조개선 제도 자체가 와해될 수 있다"며 "이를 막기위해서라도 채권단간 논의를 통해 법원에 이의신청 등의 절차를 밟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기업의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재무구조 개선 약정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제도보완 등을 통해 제2의 `현대그룹 사례`는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후 약정 체결에 대한 채권단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구체적 의사 표현은 자제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채권단의 MOU종용에 대해 "해운업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권단의 강압적인 조치"라고 채권단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MOU체결에 대한 채권단의 움직임이 있기전까지 그룹의 공식 입장은 없다"며 "다만 재무사정이 호전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제무재표로 MOU체결을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지난해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576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올해 3분기 2975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는 등 빠른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MOU체결에 대해 시기를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와 MOU체결을 종용하는 것은 지금은 1등하는 친구한테 지난해 꼴등했으니 나머지 공부를 하라는 것과 같다"며 "현대그룹의 끈질긴 저항과 현대건설 입찰 개시 등으로 채권단이 MOU체결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