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종수 기자
2008.03.25 11:49:10
[이데일리 김종수기자] 기아자동차 노조 분위기가 심상찮다. '파업 타령'이 또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사측이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설비를 매각한데 반발, 노조가 지난 24일 파업선언을 했다가 하루만에 유보로 입장을 바꿨다.
회사가 적자수렁에서 허덕이며 생존에 몸부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파업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하자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올해도 힘들어 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기아차(000270) 노조는 지난 24일 "최근 회사측이 소하리공장의 일부 설비를 '매각 후 재임대(Sale & Lease back)'방식으로 처리한 것은 단체 협약 위반"이라며 "사측이 해당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25일 오전부터 소하리·화성·광주공장에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그나마 사측과 밤샘 협상을 통해 절충안을 마련, 25일 '파업 유보' 결정을 내렸다.
회사측은 이번 노조의 파업 결의는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 대신 임시 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정된 것이어서 불법 파업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었다. 또 회사측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공장시설 일부를 매각 후 재임대한 것이 파업 사유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업계에서는 일단 파국은 면했지만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들지는 않은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91년 이후 17년 연속 파업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의 경우 파업에 따른 매출손실액이 384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들어 기아차 노사관계가 서서히 변화되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신차 '모하비' 생산라인의 96명 전환배치에 노사가 합의한 것.
기아차는 지금까지 전환배치가 어려워 신차를 양산하거나 생산 물량을 늘려야 할 때 다른 라인에 남는 인력이 있어도 추가로 신규 사원을 채용할 수 밖에 없었다.
기아차 노조는 또 신차 모하비 출시를 맞아 품질 확보와 납기일정 준수 등 수익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노사 대립관계에서 흑자전환을 위한 상생의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작년 말 기아차의 부채는 7조7780억원으로 전년보다 9190억원이나 증가했으며 2006년 1250억원, 작년 550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그런 만큼 기아차는 올해는 노사상생을 기반으로 기필코 흑자 전환을 하겠다며 근본 체질개선에 발벗고 나섰다.
2년 연속 지속된 적자수렁에 벗어나기 위해 유휴자산 매각, 원가혁신, 임원 연봉 20% 반납 등 대대적인 자구노력을 마련한 것.
우선 지난해 9월 시화공장 부지를 670억원에, 12월 서산 부지를 1153억원에 매각하는 등 유휴자산을 매각 처분했다. 지속적인 원가혁신도 추진하고 있다. 사내외로부터 지난해 3조원의 원가절감 제안을 받았다. 이 중 일부가 품질 검증을 끝내고 신차에 적용돼 약 4000억원을 절감했다.
기아차 임원들도 회사의 경영악화를 통감하고 올해 초 연봉 20% 반납을 자진해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은 기아차에게는 상당한 위기가 될 수 밖에 없다. 회사의 위기는 곧 종업원들의 위기다.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올해 초 선보인 신모델 '모하비'와 '뉴모닝'이 최근 인기리에 판매되며 '효자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은 신차효과를 죽이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기아차의 실적 턴어라운드 계획에도 큰 차질이 빚어진다.
매년 완성차 파업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부품업체들의 걱정도 크다. 지난 24일 '춘계 자동차부품산업 발전전략 세미나’에서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올해가 자동차업계에 상생의 노사문화가 자리잡는 일대 전환기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