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8.02.25 14:00:09
"한국·일본·대만 亞 3국, 서구보다 투자전망 밝아"
[조선일보 제공] '상품(commodity) 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66)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22일 특별 강연에서 장기 투자 성공 비결을 쏟아냈다. 원래 20~30분 정도로 예정된 강연이었지만 참가자들의 질문이 꼬리를 물어, 1시간 30분으로 연장됐다.
그는 1969년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라는 이름의 헤지펀드 회사를 창업, 12년 동안 연평균 38%라는 경이적인 누적 수익률을 올렸다. 1980년에는 37세 나이로 월스트리트를 떠난 뒤, 전 세계를 오토바이로 여행하며 투자의 혜안을 얻었다. 이렇게 해서 얻은 별명이 '금융계의 인디애나 존스'다.
◆상품 투자가 베스트 전략
참가자들의 투자 전략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일관되게 "상품에 투자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가 말하는 상품이란 석유·금·구리·옥수수 등 금융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체가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석유는 빠르게 고갈되고 있어요. 거대 유전(油田)은 40년째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 수요는 급속히 늘고 있어요. 중국인들의 1인당 석유 소비량은 한국의 10분의 1밖에 안 돼요. 이것이 2배만 증가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는 "상품 시장은 2020년까지는 황소장(강세 시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런 원리는 천재가 아니라도, 나처럼 수요와 공급의 원리만 알면 깨칠 수 있다"고 말했다. 1998년부터 최근까지 10년 동안 모든 자산(주식·채권 등) 중에서도 상품 가격은 4.5배 올라, 최고를 기록했다. 그는 "특히 상품은 주식 시장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는 만큼 자산 분산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어는 미래의 국제언어
그는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이 있다면 자식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미래의 지도자들은 중국어를 해야 한다"며 "차라리 영어보다는 중국어 배우는 게 더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프랑스어와 영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돈이 있는 나라의 언어가 국제어가 되는 법이니까요." 그는 딸이 태어나자마자 중국인 보모를 붙여줬고, 지난해 9월에는 딸의 중국어를 위해, 미국의 저택을 팔고 싱가포르로 이사를 갔다. 중국이 아니라 싱가포르로 간 까닭은 중국의 공기 오염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그는 "3월이면 둘째 딸이 태어나는데, 이 아이에게도 중국어를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중국 투자 예찬론'을 펼친 그는 인도에 대해서는 불안해했다. 그는 "인도는 경제 개방이 덜 됐고 인프라 환경도 너무 열악하다"며 "1950년대만 해도 인도에는 한국보다 부자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됐느냐"고 되물었다.
◆한국 통일되면 투자할 것
"어떤 한국 기업에 투자하고 있느냐"는 한 참석자 질문에 그는 "나는 주로 신흥국가 주식에 투자를 하는데, 한국은 신흥국이 아니므로 주식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과 북한이 통일될 것 같은 데다, 옆에 거대한 중국이라는 이웃이 있으므로 앞으로 한국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3개 나라는 서구지역보다 투자 전망이 더 밝다는 견해다.
"특히 한국은 통일이 된다면 정말 흥미로운 나라가 될 거예요. 7000만 인구에, 풍부한 자원에, 뛰어난 인재들을 상상해 보세요." 그는 DMZ(비무장지대)의 땅을 살 수만 있다면, 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 예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