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 정착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주민 사회참여 돕는 ‘구로월드카페톡톡’
by김어진 기자
2023.12.15 10:40:26
다문화가정 이주민 보조강사로 채용
"이주민과 구로구민 간의 상호 문화 소통의 장"
친구의 연을 만들기도
[이데일리 김어진 인턴기자]“왓 하픈드 리센틀리?(최근에 어떤 일이 있었나요?)” 28일 오후 구로중학교 안의 국제관. 영어 회화 수업 보조강사 제니퍼씨(35·구로구)의 질문에 40대 여성이 유창한 영어로 대답한다. “부산에 사시던 시어머니가 서울의 우리 집과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 오셨어요. 시아버지가 3년 전에 돌아가시면서 혼자 사시게 됐거든요” 이어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시어머니도 여기서 함께 영어를 배우는 건 어떠냐며 대화를 이어간다.
| 11월 28일 구로월드카페톡톡에서 수강생들이 이주민 보조강사가 하는 영어회화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김어진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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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구로구 구로중학교 내에 위치한 구로월드카페톡톡에서는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각 방에서는 5명 정도의 수강생들이 이주민 보조강사와 함께 영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수강생들의 나이대는 다양했다. 주부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모두 보조강사의 질문에 영어로 묻고 답하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주민 수는 225만 8,248명으로 총인구 대비 4.4%에 이른다. 가장 많은 인원이 집계된 2019년보다 4만 명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주 배경 인구가 총인구의 5%를 넘으면 ‘다문화 다인종 국가’라고 본다. 외국인주민 1만 명 이상 또는 인구 대비 5%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주민집중거주지역’은 전년도 대비 11개 지역 늘어난 97개다.
특히 서울특별시 구로구는 외국인 주민 비율이 12.5%(52,845명)로 전국 6위, 서울시 1위다. 이에 구로구는 다문화 및 이주 배경 가정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 구로월드카페톡톡도 그중 하나다. 2009년 개관한 구로월드카페톡톡은 구로구에서 구민들의 외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마련한 외국어 회화 전용 공간이다. 이곳에선 원어민 강사 외에 수업을 돕는 보조강사로 다문화가정 이주민을 채용하고 있다. 현재 10명의 이주민 보조강사가 함께 근무한다.
구로구청 교육지원과 담당자는 “다문화가정 이주민의 사회참여 기회를 늘리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이주민을 보조강사로 채용한다. 구로구민에게는 원어민 외국어 학습 기회를 제공해 이주민과 구로구민 간의 상호 문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주민 보조강사는 테솔(TESOL) 강좌를 이수했거나 학교, 어린이집 등의 유경험자 위주로 채용한다. 테솔은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음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국제 자격증이다. 이주민 보조강사 중에는 구로구청에서 지원하는 테솔 프로그램을 수강한 후 구로월드카페톡톡으로 실습을 나와 보조강사로 일하게 된 이들도 있다.
| 영어회화 수업에서 사용하는 교재 (사진=김어진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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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월드카페톡톡의 영어 회화 수업은 수준별로 운영된다. 총 8개 클래스가 월수·화목 반으로 나뉘어 하루에 2시간씩 수업받는다. 수업 시간에는 다들 영어로 대화해야 하며 교재와 외신을 중심으로 어휘와 독해도 공부한다. 또한 정해진 수업 외에도 이주민 보조강사와 수강생은 각자의 문화와 일상생활 얘기를 활발하게 한다.
이날 참관한 수업에서도 각국의 한자 사용 문화에 관한 얘기가 오갔다. 한 수강생은 한국에는 한자가 어원인 단어들이 많은데 필리핀도 그런지 물었다. 필리핀 출신 보조강사인 제니퍼씨는 필리핀에서는 영어를 주로 사용하며 한자를 잘 배우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수강생은 “실제로 중국에서 사용하는 한자는 간략화된 한자인 간체자”라며 “한국신문에서 사용하는 한자는 잘 안 쓴다”고 말했다.
영어회화 수업에 대해 수강생 황윤정씨(53·구로구)는 “보조강사분들이 적극적으로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며 “영어를 전공하신 분도 계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서로의 생활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몰랐던 필리핀 문화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다”며 “필리핀은 대가족 중심 문화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이주민 보조강사와 수강생들은 구로월드카페톡톡을 통해 친구의 연을 만들기도 한다. 보조강사로 일한 지 8년째인 제니퍼씨는 “수강생 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서로 많이 친해졌다”며 “되려 모르는 한국어를 배우기도 하고 친구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2010년도부터 보조강사로 일한 진 마투란씨(52·구로구)는 “수강생분들과 친해 같이 등산을 가거나 김장도 한다”며 “기회가 되면 필리핀 전통춤이나 노래도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했다.
구로구청 교육지원과 담당자는 “앞으로도 주민과 다문화 가정 모두에게 이로운 사업을 발굴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