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순원 기자
2019.04.09 09:31:44
11일부터 대표상품인 직장인 대출 스톱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다시 대출을 중단한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악재를 반영한 조처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는 대표 대출상품인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상품을 개선하려 대출을 중단한다고 9일 밝혔다. 두 상품의 대출 신청 절차를 개선하고 대환 기능을 포함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목적이다. 대출 재개 시점은 미정이다. 케이뱅크의 전체 대출 규모는 약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두 상품이 대표상품이고 개선작업 규모도 방대한 편”이라며 “변수가 많아 정확한 재개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결정이지만 속내는 케이뱅크의 사실상 주인인 KT가 금융당국에 신청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미리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유상증자 이후 실권주를 떠안는 방식을 통해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KT가 진짜 주주로 올라서 부족한 자금을 대 혁신적 은행사업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목적에서다. KT는 이런 계획과 증자 일정에 맞춰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한도초과보유 승인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최근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 위기에 처하자 KT의 모든 계획이 어그러지는 상황에 막딱뜨린 것.
증자를 제때 하지 못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떨어져 대출에 제약이 생긴다. 실제 작년에도 케이뱅크의 대출은 중단사태를 반복했다.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막으려 대출증가속도를 최대한 늦출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심사가 한번 중단되면 KT가 케이뱅크 대주주에 오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며 “당장 증자가 안 돼 작년 같은 대출중단사태가 또 반복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