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한규란 기자
2013.03.22 14:48:35
우선주 발행한도 2000만주→6000만주 확대 성공
현대그룹 경영권 강화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현대상선(011200)이 우선주 발행한도를 늘리기 위해 주주총회에 상정한 정관 일부 변경안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범현대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가결됐다.
현대상선은 22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빌딩에서 열린 정기주총에서 우선주 발행한도를 2000만주에서 6000만주로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정관 일부 변경안을 상정했다. 표 대결 결과 찬성 67.35%, 기권·반대·무효 32.65%로 변경안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정관 변경건은 특별결의 사항이라 출석한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전체 주식의 의결권 중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변경할 수 있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범현대가 지분도 희석시켜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경영권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현대상선은 정관 변경으로 우선주 발행한도를 확대하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신주를 제3자에게 넘길 수 있다. 범현대가가 아닌 우호주주를 유상증자에 참여시켜 범현대가의 지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범현대가는 정관 변경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주총 전날부터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며 반발했으며 현대삼호중공업도 주총에 참석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현대중공업 대리인은 “현대상선의 보통주 발행여력이 1억1000만주 이상으로 충분하고 현재까지 보통주 발행에 문제가 없어 우선주 발행 한도를 확대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대상선 측은 주총이 끝난 후 “이번 표결은 현대중공업 등이 아직 현대상선 경영권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른 시일 내에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일부를 현대그룹에 넘기고 이번 주총을 계기로 현대상선 경영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고 촉구했다.
앞서 현대상선은 2011년 주총 때도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를 포함한 정관 변경을 추진했지만 현대중공업, KCC(002380), 현대백화점(069960) 등 범현대가의 반대로 실패했었다. 당시 범현대가는 현대상선이 우선주를 늘리려는 목적이 범현대가의 지분율을 낮추고 현대그룹의 지분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립했었다.
현대상선 지분 구조를 보면 현대엘리베이터(23.88%) 등 현대그룹 측이 47%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15.2%) 등 다른 현대가가 32.9%를 갖고 있다.
범현대가는 그동안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위협할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밝여왔지만 현 회장이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때마다 번번이 실력행사를 해왔다.
2007년 주총 때는 현대상선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주주 이외의 제3자에게 배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려고 하는 것을 무산시켰다. 2003년에는 KCC, 2006년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으며 2010년에는 현대상선 지분 7% 가량을 보유한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한편 이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등 이사 선임건과 재무제표 승인의 건은 주총을 통과했다. 이사보수한도 승인안도 범현대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표결을 거쳐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