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EU 통화스왑 다중안전망 구축 포석`

by김기성 기자
2009.02.27 13:48:54

`제2, 3, 4, 5의 외환보유고`..다중안전망 구축
외환정책, `개입 최소화-외화유동성 공급 확충`

[이데일리 김기성 오상용기자]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겹겹의 안전망을 구축한다`

정부가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과도 통화스왑 체결을 추진키로 한 배경이다. 주요국과 잇따른 통화스왑을 통해 한시적이나마 `제2의 외환보유고`를 확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주기적으로 요동치고 있는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안정을 도모해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이는 뉴욕 증시등 대외 변수에 좌우되고 있는 외환시장에 섣불리 개입하기 보다는 외화를 최대한 끌어들이는 `외화 수급 개선` 해법을 제시한 2기 경제팀의 외환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또 주요 통화들과의 스왑을 계기로 원화의 위상을 중장기적으로 높여나가는 목적도 내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작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선진 및 신흥 20개국) 정상회의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간 통화스왑 체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 `제2, 3, 4, 5의 외환보유고`..다중 안전망 구축

국가간 통화스왑은 `마이너스 통장`의 성격을 갖고 있다. 상대방 통화를 끌여다 쓰고 나서 갚아야 하는 규모와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국가간 통화스왑이 심리적인 효과는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전대미문의 불확실성이 판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주요 국가들과의 통화스왑 만큼 적절한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날 매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에서 "한·미 통화스왑 연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다른 국가와도 통화스왑 체결을 확대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재 2017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와 함께 한시적이나마 위기상황에서 제2, 제3의 외환보유고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EU와의 통화스왑이 성사된다면 우리나라는 `제5의 외환보유고`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유럽중앙은행(CB)과의 통화스왑 체결규모는 기존 미·중·일과 비슷한 300억달러 이상을 목표로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외환정책, `개입 최소화-외화유동성 공급 확충`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2기 경제팀의 수장을 맞은 이후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책은 제도개선 등을 통한 외화유동성 공급 확충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지나친 쏠림현상이 있을 경우에만 변동성을 잡는 `직접 개입의 최소화`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정부로서는 국제금융시장에 철저히 연동해 움직이는 환율 흐름을 좌지우지할 힘도 없고, 이미 지난해 입증됐듯이 무모한 시장개입과 오락가락하는 환율정책은 당국의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라는 상황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섣부른 시장 개입은 외환보유고만 축내고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판단이다.

윤 장관이 최근 "환율(상승) 문제를 잘 활용하면 수출확대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 처럼 당국이 환율의 긍정적인 측면을 봐야한다고 화제를 돌리는 이유는 환율이 정부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방점은 외화를 최대한 끌어들여 외환시장의 완충지대를 두텁게 하는데로 모아지고 있다. `3월 위기설`과 같이 주기적으로 불거져 나오고 있는 외환시장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외화 수급 여건을 개선하는 길 밖에 없다는 것. 
 
국채를 사는 외국인들에게는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고, 재외동포의 국내투자와 국내은행의 외화예금도 늘어나도록 제도를 정비해 나겠다는 전날 발표도 달러 유입을 노린 조치다.

정부가 `아세안+3국` 공동기금인 1200억달러 규모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기금 설립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정부 관계자는 "외환시장의 과도한 쏠림현상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지만 외화유동성 공급을 대폭 늘려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해 나가겠다는 게 현재의 입장으로 보면 된다"며 "ECB와 통화스왑 체결에 성공할 경우 얻게 되는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