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구청장협의회, 재정 위기 우려에 건전재정 선언

by송승현 기자
2023.07.12 11:28:29

전국 시·구 최초 건전재정 위한 공동선언 진행
올 1분기 지방세 징수액 3조 9616억…전년比 18.4% 감소
2022·2023년 2년 연속 예산 50조 시절과 대비
예산 주는 만큼 서울시 사업 또는 정책 옥석가리기 불가피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과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이 재정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건전재정에 뜻을 모았다. 경기침체와 부동산 시장 악화 등으로 내년부터 재정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 사업과 정책에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이 모인 구청장협의회는 1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건전재정 공동선언’을 진행했다. (사진=서울시 제공)
오세훈 시장과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이 모인 구청장협의회는 1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건전재정 공동선언’을 진행했다. 이번 공동선언은 경기침체·부동산 시장 악화로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반면, 저출생·고령사회 가속화에 따른 세출은 증가하는 등 중장기 재정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다. 건전재정이란 재정운영을 함에 있어 세출(歲出)이 세입(歲入)을 초과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지방세 징수액은 3조 9616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 8570억원) 대비 18.4%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취득세와 지방소득세 등 주요 지방세 세수가 줄어든 탓이다. 아울러 이달 확정된 주택과 건축물 등에 대한 재산세 역시도 2조 9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 줄어든 상태다.

세입의 주된 부분을 차지하는 법인세 영역도 경기 불황으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내년도 서울시 예산을 45조~48조원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울시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경기활황과 부동산 시장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와 올해 예산 50조원 시대를 연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시 말해 세입은 줄어드는데 저출생 현상 심화와 고령화 가속화에 따른 복지 수요 증가 등 세출은 점차 느는 재정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단 얘기다.



이에 따라 이날 공동선언에서 서울시와 구청장협의회는 재정 위기에 대응하고자 합리적 재원 배분을 약속했다. 정문헌 구청장협의회장(종로구청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코로나19가 종식된 지금이 방만해진 재정을 마땅히 바로잡아야 할 때”라며 “재정여력을 예전과 같은 전 세계 으뜸 수준으로 회복시켜 미래세대들이 간직할 수 있도록 힘을 합칠 것”을 당부했다.

이번 공동선언으로 서울시의 재정 사용에도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내년부터 시행될 시 정책과 사업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시의 출산율이 지난해 0.59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함에 따라 오 시장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단 포부를 밝힌 상황이다. 이외에도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약자와의 동행과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에도 재정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정책에 적잖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른 사업 또는 정책에 쓰일 돈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오 시장도 “오늘 선언은 근래의 세입 감소에 대응해서 단순히 허리띠만 졸라매자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예산은 줄이고,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필요한 예산은 아낌없이 지원하자는 차원”이라며 “다만, 꼭 필요한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무분별한 현금성 복지사업과 정치 포퓰리즘은 지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