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궁금해]20대로 바꿔주는 콜라겐의 마법, 진실일까

by강민구 기자
2021.05.13 10:39:31

대중 관심 커졌지만 과학·임상적 근거 아직 부족
몸속 단백질 중 하나···성인 기준 매년 1% 감소
자외선·담배는 나쁜 영향, 발라도 피부 흡수 어려워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콜라겐 제품을 먹거나 바르면 피부가 좋아진다는 말이 사실일까? 콜라겐에 대한 대중에 관심이 커지면서 먹거나 바르는 상품이 많아졌다.

연구도 활발하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논문 검색 서비스에서 콜라겐을 검색하면 5월초를 기준으로 관련 연구 논문만 약 24만 건이 나타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학·임상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콜라겐 제품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이 제품을 홍보하고 있지만, 근거가 부족하고, 설령 효과가 있더라도 피부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콜라겐은 우리 몸의 구조를 지탱하는 단백질 중 하나다. 피부, 뼈, 연골, 힘줄을 비롯해 물리적인 충격을 버텨야 하는 곳에서 역할을 한다. 단백질은 약 20여 가지 종류의 아미노산이 배열을 만들어 구성되는데 콜라겐은 두 세 가지 종류의 아미노산이 단순 반복돼 단백질 줄기가 동아줄처럼 서로 꼬인 삼중나선 형태를 보인다. 당기는 힘에 버티면서 탄성을 갖고, 꼬인 나선 구조들이 그물 형태 구조물을 만들어 충격을 줄인다.

콜라겐은 세포 안에서 합성되거나 세포 밖으로 이동해 ‘세포외기질’이라는 구조물을 만든다. 아미노산 조성이나 신체 부위 등에 따라 28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고, 우리 몸에서 다양한 기능을 한다.

콜라겐을 먹거나 바르는 상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임상·과학적인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자료=이미지투데이)


그런데 콜라겐은 성인이 되면 매년 1% 정도 합성량이 줄어든다. 콜라겐을 합성하는 세포인 ‘섬유아세포’의 숫자와 대사능력이 사람이 늙으면서 줄기 때문이다.

외부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스트레스나 오염물질 때문에 피부에서 늘어나는 활성산소와 담배 성분들도 콜라겐 분해를 빠르게 만든다.

햇빛(자외선)을 쬐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자외선은 콜라겐 성질이 변하게 하거나 섬유아세포를 죽게 만든다. 자외선이 지나치게 많으면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염증 반응 때문에 단백질 분해효소인 MMP가 더 빨리 콜라겐을 분해한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부족한 콜라겐은 먹어도 채우기 어렵다. 우리가 먹는 단백질은 위와 십이지장을 통해 분해되고 흡수된다. 단백질이 그대로 우리 몸에 흡수되는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 아미노산 형태로 흡수된다.

많이 먹는다고 해서 피부나 연골에 바로 전달되는 일도 없다. 다만, 아미노산의 혈중 농도가 올라갔다는 연구결과도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여지는 있다.

제품을 바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피부는 태생적으로 물리적 장벽을 만든다. 몸속 수분이 증발하거나 병원균이 외부에서 침입하는 것을 막는다. 큰 물질일수록 피부를 통과하기 어렵다. 일정 크기를 넘는 물질이 피부 장벽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500 달톤(Dalton)’ 법칙이 작용한다.

설령 피부 장벽을 통과해도 물질이 세포 안으로 바로 들어가지 못한다. 콜라겐 제품이 좋다면 많은 양을 계속 바르면 되지만 가성비(가격대비성능)로 보면 수분이나 비타민 섭취, 자외선 차단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임상학적으로 봐도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다. 어떤 물질에 대한 효능을 입증하려면 무작위적으로 선별된 큰 집단을 대상으로 플라시보(가짜 약)와 맹검법(어느 것이 진짜 효능이 있는지 모르게 투여)을 사용해 통제된 실험에서 검증해야 한다.

아직 대규모 집단 대상 실험이 충분하지 않고, 연구 논문마다 효과도 다르게 나타나 신뢰성을 갖기 어렵다. 실험자가 콜라겐 외 다른 음식을 먹어 피부나 관절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고, 개인적인 차이가 효능보다 크게 반영되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건강한 피부나 관절을 원한다면 좋은 영양소를 가진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을 권한다. 고기나 육수에는 콜라겐을 합성하는 아미노산이 많다. 아미노산을 많이 먹으면 콜라겐이나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합성에 도움이 된다. 육류, 채소, 과일을 적절하게 먹으면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좋다. 물을 충분히 마시거나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번 편은 이창훈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 전공 교수와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