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성곤 기자
2016.09.18 16:00:55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조선은 건국한 사람은 태조 이성계이지만 그보다 더 주목받는 인사는 책사인 삼봉 정도전이다. 이 때문에 조선 건국은 주연 이성계, 기획·연출 정도전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대권을 꿈꾸는 거물급 정치인들이 유력 책사를 수소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했다는 것은 책사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것. 실제 전현직 대통령의 대권도전기를 보면 책사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바탕으로 비상한 두뇌와 뛰어난 전략으로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가족형 책사, 멘토형 책사, 동지형 책사, 참모형 책사 등 최고 권력자와의 거리에 따라 불린 이름도 다양했다.
◇김영삼 대통령, 김현철·전병민·김덕룡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책사는 차남 현철씨다. 현철 씨는 아들이었지만 과학적 여론조사 기법을 활용한 선거운동은 대선승리 일등공신으로 문민정부 시절 소통령으로 불렸다. 또 92년 대선 당시 비선조직인 ‘동숭동팀’을 주도했던 전병민 씨 역시 YS의 대표적인 책사다. 한국의 ‘딕 모리스’로 불리는 전 씨는 공직자재산공개, 금융실명제 도입, 하나회 해체 등의 집권비전을 준비했다. DR이라는 영문 애칭으로 불리던 김덕룡 전 의원 역시 YS의 대표적인 두뇌 역할을 담당했다.
◇김대중 대통령, 이영작·이강래·박지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표적 책사로는 처조카인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를 꼽을 수 있다. 통계여론조사 전문가로 97년 대선 당시 DJ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유명한 슬로건도 이 전 교수의 작품이다. 야권의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불리는 이강래 전 의원도 주목할 만한다. 이 전 의원은 97년 대선 당시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기획해 수평적 정권교체의 발판을 마련한 인물이다. 아울러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김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릴 정도 크고 작은 조언을 아끼지 않은 인물이다.
◇노무현 대통령, 김원기·이광재·유시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책사로는 이른바 ‘좌희정 우광재’가 대표적이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노 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 속에 단순한 참모를 뛰어넘어 정치적 동지로 불렸다. 탁월한 정무적 감각과 헌신성으로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빼놓을 수 없다. 유 전 장관은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어려운 정치적 고비에 처했을 때 합류한 뒤 참여정부 내내 노 전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사부이자 멘토로 정치적 고비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 이상득·정두언·박형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표적 책사는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다. 이 전 부의장은 원로그룹 6인회의 좌장을 맡으며 동생의 성공을 위해 발벗고 뛴 정치적 멘토였다. 또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의 역할로 빼놓을 수 없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전략과 기획을 주도하면서 대선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집권 이후에는 내부 권력다툼에 밀려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정책을 담당했던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도 집권 이후 청와대에서 이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아울러 친이계 좌장 역할을 한 이재오 전 의원도 이 대통령과 정치적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집권 이후에는 동아일보 출신의 이동관 전 홍보수석이 5년 내내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박근혜 대통령, 김종인·윤상현·김재원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 책사로는 역설적이지만 김종인 전 더민주 비대위 대표를 꼽을 수 있다. 지금은 정치적으로 결별했지만 김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이른바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박 대통령의 대선승리를 이끌어낸 멘토형 책사였다. 현역 의원 시절 청와대 정무특보까지 역임했던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도 대통령의 신임과 뛰어난 두뇌를 바탕으로 여권의 책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도 친박을 대표하는 브레인이다. 총선 낙선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발탁될 정도로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강석훈 경제수석은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 출신의 학자형 정치인으로 현 정부 경제정책의 쌍두마차 역할을 주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