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인천정유 `애물단지` 굴레 벗었다

by전설리 기자
2011.06.09 13:38:15

벙커C유 수요 확대→역마진 완화→가동률 상승

[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SK그룹의 대표적인 투자 실패 사례로 지목되며 지난해까지 매각설이 나돌았던 인천정유가 최근 `애물단지` 굴레를 벗어던졌다. 벙커C유의 수요 확대로 가동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9일 SK이노베이션(096770)에 따르면 인천 정유공장의 평균가동률은 지난해 37.65%에서 1분기 46.11%로 상승한 뒤 2분기 50%를 넘어섰다.

인천공장은 SK㈜가 2005년 말 정유업이 호황을 맞을 것으로 예측, 3조원에 인수한 정유시설. SK인천정유라는 독립법인으로 운영되다 2008년 2월 SK에너지로 흡수 합병됐다. 그러나 고도화설비를 갖추지 못해 수익성이 높지 않았던 인천공장은 가동률이 20~30%대에 그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최근 인천공장의 가동률이 높아진 이유는 역내 벙커C유 수급이 타이트해졌기 때문. 벙커C유는 주로 화력 발전이나 선박, 건설 중장비의 연료로 사용됐으나 최근 정유사들이 고도화설비(벙커C유를 정제해 휘발유·등유·경유 등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을 만드는 설비) 증설 경쟁에 나서면서 가격이 뛰었다. 이에 따라 벙커C유 역마진이 완화되자 인천정유가 가동률을 높인 것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4월 국내 정유사들의 벙커C유 평균 공급가격(세전)은 리터(ℓ)당 865.7원으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31.2% 올랐다. 지난해 4월에 비해서는 40% 가까이 상승했다. 4월 보통휘발유 공급가격(세전, ℓ당 913.37원)과의 차이도 50원 이하로 좁혀졌다. 1년 전 두 제품의 공급가격 차이는 110원 이상이었다.



4월 국제 시장에서 벙커C유 가격도 2008년 8월 이후 32개월만에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었다. 이후 6월 첫째주까지 96~100달러대에 머물며 고공행진중이다. 2008년 국제유가가 140달러대까지 치솟았을 때 벙커C유와 원유의 가격 차이는 30달러 가량이었으나 최근 국제유가 급등시 가격 차이는 10달러 안팎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지진 여파와 중국 수요 확대 등으로 역내 석유제품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경질유 제품 수요가 높아져 고도화설비를 돌리는데 필요한 벙커C유 수요도 확대됐다"며 "특히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말과 지난달 각각 신규 고도화설비를 본격 가동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벙커C유 물량이 줄었다"고 전했다.

HMC투자증권의 조승연 연구원은 "국내 정유사들은 매년 5000만배럴 이상 벙커C유를 수출했지만 2008년 이후 고도화설비에 투자하면서 올해 수출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벙커C유 물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벙커C유 가격 상승으로 SK이노베이션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벙커C유 공급 감소로 역마진이 완화되면서 SK이노베이션 인천공장의 가동률이 증대됨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달 GS칼텍스가 네번째 고도화설비 착공에 들어가는 등 경쟁사들이 고도화설비 확장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인천정유에 대한 고도화설비 투자를 2016년 이후로 유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대신 투자 여력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그린콜(청정석탄에너지), 그린폴(이산화탄소플라스틱) 등 그린 비즈니스 신기술 개발에 집중시킨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