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땅값 인하 묘책은?

by윤진섭 기자
2009.11.13 14:26:31

녹지비율축소·기반시설비용 정부부담
택지공급기준변경·원형지 공급 등 검토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정부가 마련 중인 세종시 건설 수정안의 밑그림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핵심은 자족기능 강화를 위해 기업·대학을 유치하고 이를 위해 싼 값에 토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정부가 땅값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세종시의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해 산업용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은 ▲녹지비율 축소 ▲택지공급가격 기준 변경 ▲기반시설 설치비 정부부담 ▲원형지 공급 등으로 정리된다.



현재 세종시의 토지 조성원가는 3.3㎡당 227만원(㎡당 68만원). 산업용지는 토지조성원가로 기업에 공급되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 가격이 토지 분양가가 될 전망이다.
 
토지조성원가는 총 사업비를 공동주택지나 산업용지처럼 돈을 받고 파는 유상공급 면적(가처분면적)으로 나눠 산출한다.

세종시의 총 사업비는 ▲용지비 5조65억원 ▲조성비 8조9921억원 ▲직접인건비 1764억원 ▲이주대책비 2110억원 ▲판매비 412억원 ▲일반관리비 3617억원 ▲자본비용 및 기타비용 3491억원 등을 합쳐 15조1385억원이다.



세종시 전체면적 (7290만㎡) 중 유상공급면적은 32%선인 2200만㎡. 총 사업비 15조1385억원을 유상공급 면적으로 나누면 ㎡당 68만원 안팎이 된다. 조성원가는 유상 공급면적이 클수록 저렴해지고 반대의 경우엔 비싸지는 구조다. 세종시의 유상공급 면적을 늘리면 조성원가는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세종시의 녹지면적은 전체 면적의 52%(3790㎡)선이다. 판교신도시(38%), 분당신도시(25%) 보다 높다. 유상공급 면적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이야기다.

우선 52%인 녹지비율을 판교신도시 수준인 38%로 낮추면 유상공급면적이 1020만㎡ 늘어나게 돼 조성원가는 당초 3.3㎡당 227만원에서 3.3㎡당 155만원으로 낮아진다. 물론 녹지비율을 분당 수준까지 낮추면 조성원가는 더 떨어진다. 하지만 세종시 녹지비율에는 금강, 원수산 등이 포함돼 있어 35% 이하로 낮추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세종시 내 기반시설 설치비를 전액 분담하는 것 역시 땅값을 낮추는 방안 중 하나다. 현재 세종시의 경우 지구 밖에 광역교통개선은 정부가, 지구 내 간선도로 설치 및 부담은 LH가 맡고 있다.

현재 간선도로 설치비는 조성비(8조9921억원)에 포함돼 있어 구체적인 금액 산출은 어렵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다만 2006년 6월 이후 LH 전신인 한국토지공사가 조성한 10개 택지개발지구의 평균 기반시설설치비 비중이 23%인 점을 감안해 총사업비에서 이를 산출하면 대략 3조4800억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

결국 정부가 3조4800억원을 부담하면 전체 사업비는 11조6500억원선이 되고 늘어난 유상공급 면적(3220㎡)으로 나누면 조성원가는 3.3㎡당 119만원선으로 낮아진다.
 


정부 일각에서 거론된 원형지(原型地) 공급도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원형지란 말 그대로 기본적인 기반시설만 갖춰진 땅이다. 그만큼 땅값이 싸고, 기업이 원하는 대로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정부가 구상하는 세종시 수정안의 밑그림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저렴한 택지공급의 일환으로 원형지 공급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4월 국토해양부는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자금애로를 겪는 기업들을 위해 산업단지를 원형지 형태로 공급해 택지가격을 낮추겠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원형지 공급은 세종시 토지 보상가격에 약간의 조성비를 얹어 기업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세종시 토지보상가격이 3.3㎡당 18만원이고, 조성비 가격을 3.3㎡당 20만원 선으로 가정하면 산업용지의 경우 3.3㎡당 38만원선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게 정부 일각의 구상이다.
 
즉 세종시 면적의 절반인 3600만㎡를 기업 유치를 위한 원형지로 공급하고, 통상 택지지구에 투입되는 기반시설비용(세종시의 경우 3조4800억원 추산)의 65%선(2조2620억원)에서 기반시설을 갖출 경우 대략 3.3㎡당 20만원의 조성비가 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원형지 공급이 세종시 상황을 감안할 때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형지 공급은 최소한 100만평 단위로 공급되는 산업단지에 적용해야 가격 인하 효과가 있다"며 "수만평 단위로 쪼개서 공급될 세종시 내 산업용지의 경우 원형지로 공급해 봐야 가격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