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SE선진지수 편입` 이것이 궁금하다

by이정훈 기자
2009.09.08 13:43:22

자금유입 확대…최대 250억불까지 기대
대형주에 수혜 집중…소형주엔 오히려 피해
MSCI 승격 가능성 높아져…정책대응이 변수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우리나라 증시가 오는 21일부터 FTSE(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 선진국지수에 편입돼 거래된다. 선진지수 승격 발표 이후 딱 1년만이다.

시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 대형 호재를 반영해왔지만 실제 효과나 영향은 진행형이자 미래형이다. FTSE 선진국지수 편입을 둘러싼 몇 가지 궁금증들을 풀어본다.

①무엇이 달라지나?

단순하게만 보면 그동안 FTSE 이머징마켓지수에 편입돼 거래되던 우리 증시가 오는 21일을 기점으로 선진국지수에 들어간다는 변화가 있다. 한국증시내 구성종목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보면 한국증시가 속해있던 지수 내에서 차지하던 비중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한국은 그동안 글로벌 이머징마켓에서 11%의 비중을 차지했었고 이머징아시아에서는 26.0%나 됐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선진국지수에서는 2.0%, 선진국 아시아에서는 10.8%를 점유하게 된다.

글로벌 선진국지수에서 2%라는 숫자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적지만, 이미 선진국에 들어가있던 싱가폴의 2.5배나 되고 홍콩과 호주와 비교해서도 각각 80%, 55%에 이르는 적지 않은 규모다.

특히 선진국지수내 시장을 고루 편입해야하는 연기금을 감안할 때 이머징마켓에 비해 리스크가 낮은 선진국지수 편입 비중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이는 한국증시로의 자금유입 확대로 나타날 전망이다.

또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이번 조치로 한국시장의 질적 수준이 높아졌고 경제적 부나 시장규제 환경, 청산과 결제기능, 파생상품 발전 정도가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음을 인정받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②돈은 더 들어올까?

그렇다면 선진지수 편입으로 우리나라로 더 유입될 자금규모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정확히 알 수 없다. 자금 유출입을 결정짓는 변수는 증시가 속해있는 지수 하나만이 아니다. 또 FTSE 특정지수를 벤치마크하는 펀드라도 매니저 재량에 따라 편입비중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선진지수 편입효과에 대해 한국 금융당국은 40억~50억달러 정도, FTSE측은 250억달러 정도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유럽계 투자은행인 크레디리요네(CLSA)는 100억달러에 다소 못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자금이 더 유입되더라도 시차가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효과가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액티브펀드들 가운데서는 이미 지난 3월 이후 적극적인 외국인 순매수 과정에서 펀드 편입비중을 조절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비중이 큰 패시브펀드의 경우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매수하기 때문에 더디게 행동할 것으로 보인다. 2.0%라는 편입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21일 편입 전까지 서서히 매수에 가담할 것이다.



또 하나, 선진지수 편입 이후 증시가 무턱대고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당시 시장상황이 큰 변수다. 과거 선진지수에 들어간 뒤 지수가 초과상승한 이스라엘과 하락을 면치 못했던 그리스의 엇갈린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③어디로 들어올까?

특정지수를 벤치마크하는 펀드의 매니저라면 국가비중 다음으로 그 해당국가 증시를 구성하는 산업비중에 집중한다.

따라서 한국증시에서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업종이나 종목이 자연스럽게 선진지수 내에서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증시내에서 가장 비중이 큰 IT업종을 비롯해 철강 등 소재업종, 가전을 포함한 소비재업종이 새롭게 들어오는 매수자금 덕을 가장 많이 볼 전망이다.

개별주식 기준으로도 선진국시장 내에서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들을 주목해야 하는데, 삼성전자(005930)는 선진증시내 IT업종중 비중이 19.4%에 이르러 단연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10위 내에 드는 포스코(005490)(소재내 3.8%)와 LG전자(066570)(소비재-레져내 6.8%), 현대중공업(009540)(산업재내 3.2%), SK텔레콤(017670)(통신내 1.9%), 삼성물산(000830)(건설내 2.4%) 등이 대표적 수혜주가 될 수 있다.

반면 한국 중소형주는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그동안 중소형주 가운데서도 FTSE 이머징마켓 주요 섹터지수에 편입돼 벤치마크 펀드 자금 수혜를 본 기업들이 있었지만,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이런 자금들이 이탈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④MSCI는 어떨까?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되고나면 다음 관심은 결국 MSCI(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에는 언제 편입될 것인가 하는데로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MSCI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규모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MSCI는 올 6월 한국증시를 선진국지수에 편입하지 않기로 하고 내년 6월말까지 대만과 함께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를 계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재미있는 것은 과거 10여년간 패턴을 보면 FTSE가 특정국가를 선진국지수에 편입하고 나서 대략 6~18개월 뒤에 MSCI가 그 국가를 선진국지수에 편입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그리스와 이스라엘 등이 그 예다.

이렇게 본다면 MSCI가 내년 6월 우리나라를 선진국지수로 승격시킬 확률은 높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FTSE가 한 발 앞서 우리를 선진국지수에 편입시켰기 때문에 MSCI측으로서도 한국의 승격을 막을 명분이 약해지고 있고, MSCI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의 압박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선진국지수 승격의 전제조건으로 MSCI가 내세우고 있는 지적사항들을 우리 금융당국이 수용할 수 있을지가 변수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