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마저 괜찮으면 어쩌나"…호재가 악재되는 美증시

by이정훈 기자
2022.10.07 10:10:20

월가, 오늘 밤 나올 9월 비농업 취업자 +27.5만명 예상
1년 8개월 최저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3.7% 유지 전망
월가선 26.5만~28.5만명…`깜짝 호조` 땐 긴축 우려 쑥
부진해도 연준 일희일비 안할 듯…"2주 뒤 CPI 더 중요"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이제 하루 후엔 미국 노동부의 9월 고용지표가 공개된다. 경제지표가 양호하게 나오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고용 서프라이즈’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강한 일자리수 증가나 높은 임금 상승은 분명히 반가운 호재지만, 지금처럼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온 신경을 곤두 세우는 상황에선 고용 호조는 통화긴축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빈센트 라인하트 드리퓌스 멜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증시 상황에선 나쁜 소식이 호재이고, 좋은 소식이 악재”라고 전제하면서 “투자자들은 압도적으로 연준의 통화긴축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지표가 나빠야만 긴축 기조가 약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 밤 발표되는 9월 고용지표를 두고 월가에서는 비농업 신규 취업자수가 27만5000명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8월의 31만5000명보다 줄어드는 것으로, 1년 8개월 만에 최저치가 된다. 다만 실업률은 3.7%로 전월과 동일할 것으로 보이며, 인플레이션 척도가 될 수 있는 시간당 평균 임금 인상률은 전월대비 0.3%, 전년동월대비 5.1%로 여전히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런 전망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연준 입장에서는 통화긴축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제 수치가 이보다 더 좋게 나올 경우 연준으로서는 더 매파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현재 씨티그룹은 비농업 신규 취업자수를 26만5000명으로, 노무라는 28만5000명으로 각각 보고 있다.





이뿐 아니라 시간당 평균 임금도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베스 앤 보비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레이팅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가뜩이나 공격적인 통화긴축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마당에, 5.1%나 되는 임금 인상률이 나온다면 이는 연준의 입장을 더 정당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간밤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개인적으로 미국인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길 원하며 미국인 가정이 식탁에 더 많은 음식을 올릴 수 있길 원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물가와 성장률이 대체로 일치해야 하는데, 현재 임금 인상률은 이에 부합되지 않을 정도로 과도하게 높기 때문에 이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만약 9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더 부진하게 나와도 연준은 특정한 하나의 지표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건 스위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스트래티지스트는 “연준은 노동시장이 어느 정도 악화할 때까지는 계속 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연준 입장에서는 임금 인상률이 둔화하고 실업률도 상승세에 들어섰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가 돼야만 긴축 기조를 멈춰 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고용지표만으로 통화정책을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2주 뒤에 나올 소비자물가지수를 함께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섀넌 새코키아 SVB프라이빗뱅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앞서 6월에도 연준이 50bp 정책금리 인상 확률이 높았다가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에 갑작스럽게 75bp 인상 쪽으로 기울어졌다”며 “그 만큼 연준은 고용지표만으로 정책을 판단하지 않고, 물가지표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