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내렸는데…기름값은 왜 계속 오를까요?[궁즉답]

by박민 기자
2022.06.12 19:33:30



[이데일리 박민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본적으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가 한동안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가 싶더니 이달 초 배럴당 120달러 넘게 다시 급등하면서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를 사실상 무력화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석유 한 방울이 안 나오는 우리나라는 중동 등 해외에서 100% 원유를 수입해와 이를 국내에서 정제해 휘발유나 경유 등의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에 애초에 해외에서 들여온 가격이 비싸면 국내에서도 비싸게 팔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대표적 유종인 휘발유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국내 휘발유 판매 가격은 세전 판매 가격과 세금으로 구성됩니다. 세전 판매가격에는 국제 휘발유 가격과 관세(원유 가격의 3%), 석유 수입 부과금, 기타 유통 비용 등이 포함되고요. 세금은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주행세, 교육세 등 유류세와 부가가치세(세전 판매가+제세금의 10%)를 합친 금액입니다.

이중 휘발유 판매 가격에서 약 절반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게 유류세입니다. 유류세는 ℓ당 정해진 액수, 즉 정액제로 부과합니다. 휘발유에 부과되는 금액은 820원(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주행세 138원+교육세 79원+부가가치세 10%)입니다.

이에 따라 유류세 820원에 20% 인하 폭을 적용하면 세금은 656원으로 낮아지고, 인하 폭이 30%로 늘면 82원이 추가로 감면돼 유류세는 574원까지 내려갑니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낮아지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이 그만큼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문제는 국제유가입니다. 유류세는 정률이 아니라 정액인 만큼 국제유가가 올라도 변동이 없지만, 세전 판매가는 국제유가에 따라 움직입니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유류세 인하분을 상쇄하게 되면 석유류 가격은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예컨대 국제 휘발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에서 100달러까지 올라간다면 세전 판매가격에서 이미 150원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올라가면 가격 부담은 더욱 커지는 것입니다.

만약 정부가 유류세 탄력세율을 조정하는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한다면 유류세 실질 인하 폭은 30%에서 37%까지 늘릴 수는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휘발유 유류세는 현재(574원)보다 ℓ당 57원이 더 내린 517원까지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워낙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탓에 유류 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끌어내리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또 정부 입장에서 추가 정책 여력이 소진되는 부담이 있어 ‘탄력세율 카드’를 사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유류세 인하 폭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국내 휘발유 판매가격이 낮아지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의 대외 변수가 해결되고, 국제 유가가 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원유 수입 제재와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추세에 따라 국제유가는 쉽게 내려갈 기미가 보지 않아 소비자들의 고유가 부담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런 생각을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도 곧장 내려가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일단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유통구조상 2~3주 정도의 기간을 두고 국제유가를 따라가는 ‘시차’가 존재합니다. 여기에 각 주유소별 ‘재고 물량’도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주유소 입장에서는 국제유가가 고공행진 할 때 정유사를 통해 비싼 값을 주고 가져온 물량은 제값을 받고 전부 소진하고 나서야 새로운 가격이 반영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내려가도 실제 주유소에서 체감하는 인하 효과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