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국감]“마사회, 사행성 줄이고 사회적 역할 강화해야”

by김형욱 기자
2018.10.21 22:53:41

사행성 강화·불법베팅 방치 비판 이어져
“일자리·공공성 증대 노력 허울뿐” 지적도
김낙순 “노력할 것”…현실적 한계 토로도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마사회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지난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사행성 강화와 불법 베팅 방치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일자리를 늘리거나 공공성을 키우려는 노력 없이 방만 경영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낙순 마사회장은 의원과의 질의 과정에서 거듭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현실적 한계에 대한 답답함도 토로하기도 했다.

마사회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말 산업 육성이란 목표 아래 국내에서 유일하게 경마를 운영하고 있다. 공기업, 특히 농식품부 산하 기관으로선 이례적으로 매년 매출 약 8조원(지난해 7조8152억원)을 올리는 등 견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사업의 사행성을 이유로 강원랜드와 함께 매년 국감에서 비판받아 왔다.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마사회가 장외 발매소 신규 조성을 문제삼았다. 마사회는 지역사회 반발에 서울 용산 화상경매장을 문 닫고 2021년까지 대전·부천도 폐쇄하기로 했다. 32곳의 장외발매소 총량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신규 발매소 세 곳을 물색 중이다. 김 의원은 “주민 수용성이 낮아 폐쇄하려는 건데 굳이 장외 발매소 숫자를 채우려는 걸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낙순 회장은 “장외발매소 유지는 직원 고용과 직접 연관된다”며 “회사의 현재 방침은 장외발매소 숫자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합법적인 경마를 줄이면 불법 경마가 늘어난다는 연구 자료가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마사회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준호 의원(더민주)은 확률이 낮고 배당률이 최대 1만배에 이르는 삼복승식, 삼쌍승식 환급액 비중이 늘어난다는 걸 이유로 마사회가 ‘한방’에 대한 환상을 심어 도박 중독을 유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완주 의원(더민주)은 고액베팅 근절을 이유로 도입한 모바일 마권발매 앱 ‘마이카드’가 오히려 1인당 평균 구매횟수를 늘리며 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한해 마이카드로 2억원 이상을 베팅한 사람이 18명 있었다.

마사회가 도박 중독을 방치하고 불법 경마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박완주 의원은 마사회가 올해 중독 예방을 위해 책정한 직접 예산이 1억69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0.002%밖에 안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매년 중독예방치유금으로 부담하는 43억원을 포함해도 관련 예산은 매출액의 0.06% 수준이다. 그나마 이 같은 센터 내 실적 상담도 미미한 수준이란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정운천 의원(바른미래당)은 마사회의 중독예방센터인 전국 14개 ‘유캔센터’에 직원이 대부분 1명뿐이고 전문상담인력이 아닌 곳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불법 사설경마에 대한 실질적 단속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운천 의원은 “불법사설경마 규모가 12조~13조원에 이르는데 단속을 위한 마사회의 건전화추진본부 활동은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예산이 14억원뿐인데다 단속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고 신고제 역시 유인책이 낮다는 지적이다.

불법 경마 단속액수 규모는 2016년 743억원에서 지난해 4884억원으로 크게 늘어나기는 했다. 그러나 초소형 CCTV 등을 활용한 불법 경마는 날이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김낙순 회장은 “가장 어려운 숙제”라며 “현재 본부에 32명의 직원이 있지만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불법 경마 참여 예방 활동이나 이용자의 신고 외에는 이렇다 할 단속 방법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올해부터 경찰청과 손잡고 각 지역별로 전담부서를 만들려 하고 있다”며 “우리 영상을 100% 차단하는 근본적인 해결 노력도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마사회 등 국정감사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종원 축산물품질평가원장,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임경종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 박완주 의원. 연합뉴스 제공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특히 야당 의원은 마사회가 일자리 실적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석진·김정재 의원(자유한국당)은 마사회가 새치기 감시 요원 등 불필요한 단기일자리 300명을 채용키로 한 데 대해 고용 관련 수치를 높이기 위한 ‘가짜 채용’이라고 비난했다.

김태흠 의원(자한당)도 객장 안내 등 대학생이 주 1~2회 아르바이트로 하는 단기직(경마지원직) 5000~6000명을 무기직으로 전환한 데 대해 ‘가짜 일자리 만들기’라고 꼬집었다. 김낙순 회장은 “기관 입장에서 정부 지침을 거부할 수 없다”며 “다급한 사람에게는 필요할 수 있다”고 잇따라 해명해야 했다.

여당 의원들 역시 방향은 달랐지만 마필관리사의 고용안정화나 입점 매점의 사회적 약자 배정 확대 같은 안정적 일자리 창출 노력을 촉구했다.부실 경영, 직원에 대한 과도한 복지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종회 의원(민주평화당)은 2014년 687억원을 투입한 테마파크 ‘위니월드’가 경영 부진으로 8개월(2016년 10월~2017년 5월) 만에 문 닫은 후 1년 넘게 사실상 방치된 데 대해 구상권을 청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흠 의원은 마사회가 재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해 최대 3억6000만원의 퇴직금을 받은 퇴직자 중 106명(현 재직자 62명)이 월 최대 500만원의 월급을 받았다는 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박주현 의원(민평당)은 2011년 이후 300명(연평균 39건)이 징계나 경고를 받았다며 근무기강 해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마사회는 국감을 앞둔 지난 17일 사회적 가치 자문위원회를 발족하고 1차 회의를 열었다. 마사회의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김낙순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외부 자문위원이 참석했다.

김낙순(왼쪽 2번째) 한국마사회장이 는 지난 17일 사회적 가치 자문위원회 발족 기념식에서 외부 자문위원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마사회 제공